서아람 < 호서대 골프학과 학과장 aramsuh@daum.net >

시험을 앞두고 누구나 한번쯤 벼락치기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나도 학생 때 벼락치기의 대가(?)였다.

당연히 시험 결과는 좋지 않았을 때가 많았다.

학교 졸업 후 제일 기억에 남는 벼락치기 시험은 운전면허 필기시험이었다.

골프에도 벼락치기 공부가 있다.

특히 아마추어 골퍼들은 경험이 많을 것 같다.

평소 연습장이라고는 근처에도 안가보다 갑작스레 골프 일정이 잡히면 라운드 전날 골프연습장에 달려가 열심히 볼을 치는 분들이 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샷이 녹슬지 않았는지 점검하고 다듬어 가려는 생각이 왜 안들겠는가.

오랜만에 푸른 필드에 나갔다가 엉뚱한 샷이 나오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자존심도 망가질 테니 말이다.

그래서 연습을 하다 보면 때로는 샷이 예전 같지 않아서,혹은 샷이 그런대로 잘 맞아서 몇 시간에 걸쳐 연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그렇게 근육에 무리를 주면 다음날 어떤 결과가 나올까.

친구 중에 평소 연습을 많이 안하던 이가 있었다.

그는 경기가 지방에서 열리기 때문에 미리 내려가서 구슬땀을 흘리며 연습을 하고 있었다.

다른 친구들은 평상시와 같은 리듬으로 가볍게 공을 치고 있는데,유독 그 친구가 눈에 띄었다.

숙소에 갈 시간이 다 되었는데도 돌아갈 생각을 안하고 연습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어쩐지 불안하다 했는데,아니나 다를까 평소에 연습을 안하던 사람이 연습을 너무 많이 하니 컨디션이 말이 아니었다.

손에 물집이 잡혀서 정작 시합날은 손에 밴드를 붙이고,근육에는 피로가 누적돼 부드러운 샷이 나올 리 없었다.

연습을 안하느니만 못했다.

투어에 나가는 선수들 역시 컨디션 조절에 많은 신경을 쓴다.

선수들마다 조금씩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선수들은 시합날이 다가오면 연습량을 조금씩 줄인다.

경기가 있기 1주일 전쯤에 연습량을 최대한 늘리고 이후엔 점점 줄여간다.

물론 예외적인 선수도 있겠지만….

벼락치기 연습을 하고 나면 다음날 라운드 하는 데 부담이 될 정도로 몸 상태가 나빠진다.

골프도 공부하고 비슷한 일면이 있다.

처음엔 연습량이 중요하다.

얼마나 많은 볼을 치느냐에 따라 감이 좋아지니까.

하지만 구력이 늘수록 연습량보다는 질적인 연습을 해야 한다.

하루에 조금씩이라도 연습을 하자.우리가 아침 점심 저녁밥을 한꺼번에 먹지 않는 것처럼.그래서 우리 몸이 골프 스윙을 기억할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