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전지라인 증설...PDP시황 악화 극복

PDP 등 주력사업의 시황 악화로 고전하고 있는 삼성SDI가 2차전지 사업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최근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노트북PC용 전지(원통형) 생산을 크게 늘려 시장 수요에 대응하는 한편,세계 시장점유율을 확대해 일본 산요에 이어 확실한 2위 자리를 굳힌다는 전략이다.

앞서 세계 4위의 LG화학도 내년 상반기까지 2차전지 월 생산량을 650만셀 늘리기로 하는 등 국내 2차전지 업계가 공격적인 증설투자에 나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4일 "삼성SDI가 중국 톈진에 원통형 전지라인을 증설키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 톈진 공장은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사업장으로 지난 2분기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모니터용 브라운관 라인을 폐쇄했었다.

삼성SDI는 대신 이 자리에 노트북PC에 들어가는 2차전지 라인을 신설,톈진을 2차전지의 생산거점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 관계자는 "투자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 3800만셀 규모의 생산능력을 5000만셀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상반기 실적보고서에서 향후 1800여억원을 전지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삼성SDI는 이와 함께 노트북용 팩 조립라인도 증설키로 했다.

2차전지는 전지 자체를 가리키는 셀과,여러 개의 셀을 하나로 합쳐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포장한 팩으로 나뉜다.

삼성SDI는 그동안 분리되어 있던 셀과 팩 공정을 일관화해 공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익률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부가가치가 높은 팩 사업의 비중을 현재 56%에서 65% 수준으로 높이기로 했다.

앞서 LG화학은 내년 상반기까지 충북 오창테크노파크에 450만셀 규모의 노트북PC용 원통형전지 라인,중국 난징에 200만셀 규모의 휴대폰 및 MP3플레이어용 폴리머 전지 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초 발표했다.

증설이 마무리되면 LG화학의 2차전지 생산능력은 2850만셀에서 3500만셀로 23%가량 늘어나게 된다.

국내 양대 2차전지 업체가 이처럼 공격적으로 증설 투자에 나선 건 공급부족 현상으로 2차전지의 시황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2차전지 업계는 2003년부터 2년간 일본,한국,중국 업체들의 경쟁적인 증설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해 어려움을 겪었다.

삼성SDI와 LG화학 모두 상당 기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황 악화와 연이은 리콜 사태로 2005년 말부터 업체들이 증설을 자제한 데다 노트북 등 IT기기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시황이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특히 노트북PC의 경우 연 20%씩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여 업체들의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2차전지의 원재료인 코발트 가격이 올해 초 급등했다가 최근 안정세를 되찾은 것도 투자를 재개하는 계기로 작용했다"며 "이번 호황을 계기로 2차전지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해 산요를 제치고 시장점유율 1위를 달성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실적부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삼성SDI가 AM(능동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사업에 이어 2차전지 사업을 '마지막 승부처'로 택한 것이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