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하 전 루빈ㆍ라니에리ㆍ달리오 등과 면담ㆍ통화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그의 배후에서 영향력을 미치는 숨은 월가의 조언자들이 베일을 벗었다.

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버냉키 의장은 지난 9월18일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하기에 앞서 로버트 루빈 씨티그룹 회장(전 재무장관)과 루이스 라니에리 살로먼브러더스 전 부회장,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레이먼드 달리오 사장 등과 릴레이 통화 및 면담을 하며 조언을 들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사실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재무학 강사인 케니스 토머스 박사가 버냉키의 의사결정 스타일을 알아보기 위해 정보공개를 요청해 얻은 8월 한 달간의 통화 및 면담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버냉키 사적 자문단 명단의 첫머리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클린턴 행정부 시절 10년 경제 호황을 이끈 미국 최초의 '월가 출신 재무장관'인 루빈이다.

버냉키는 8월7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방기금 금리를 동결키로 결정한 다음 날 루빈에게 전화를 걸어 금리 동결의 효과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월가에선 버냉키가 시장 상황을 무시한 채 금리를 동결,서브프라임 모기지발 신용위기를 심화시킬 것이란 비난이 높았다.

하지만 월가의 대표적 대변자인 루빈은 FOMC의 금리 동결 결정을 두둔한 것으로 전해졌다.

버냉키는 다음 날인 9일 오전 11시부터 정오까지 한 시간 동안 살로먼브러더스 부회장을 지낸 루이스 라니에리 하이페리온 캐피털 매니지먼트 창업자를 만났다.

라니에리는 1980년대 초반 거액 주택담보대출을 모아 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한 증권으로 유동화,MBS(자산담보부증권) 시장을 일군 선구자다.

같은 날 오후 2시엔 미국의 4위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의 달리오 사장이 버냉키를 방문했다.

버냉키는 또 전격적인 지준율 인하 조치를 취한 8월17일엔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의 머빈 킹 총재와 통화를 했다.

킹 총재는 1980년대 버냉키가 MIT대학 교수로 있던 시절 옆 사무실에서 동료 교수로 일한 바 있다.

버냉키는 8월9일부터 31일까지 FRB 관계자들과 35차례의 컨퍼런스콜을 했고 헨리 폴슨 재무장관과는 수시로 접촉하며 정부와 시장의 목소리를 청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