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세계적인 부자(super rich)들이 오늘과 같은 자산을 일구어내는 데는 보통 사람들이 어렵다고 느낄 때 오히려 주식과 부동산을 대거 사들이는 역발상 투자에 성공한 것이 가장 큰 힘이 됐다고들 한다.

요즘은 어떤가.

1987년 블랙 먼데이,199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파산,2001년 9·11 테러 당시와는 달리 의외로 조용하다.

각종 언론과의 인터뷰는 물론이고 시장에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슈퍼 리치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쫓아 다니는 사람(wealth watcher)들로부터 깊은 잠행(潛行)에 들어갔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는 자신의 신분이 노출되는 금융회사보다는 자신의 재산을 책임지고 굴려주는 집사형 자산관리자를 많이 찾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최근 이런 업무를 담당하는 집사형 펀드매니저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면서 미국에만 약 5000명이 이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몸값이 연간 300만달러를 돌파하자 일부러 금융회사를 그만두는 펀드매니저들도 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슈퍼 리치는 재산 증식 수단으로는 주식을 가장 선호한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많이 선호하는 주도주나 인기주를 사들이는 데는 적극적이지 않다.

대신 사람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헬스 케어와 소비재 가운데 배당(Dividend)을 많이 주거나 글로벌 비중이 높은 기업,그리고 실적에 비해 가치가 저평가된 이른바 'DIV' 업종을 많이 사들이는 것이 눈에 띈다.

복잡한 금융상품은 가능한 한 피한다.

조건이 많이 붙을수록 금융회사에만 이익을 가져다 주고 고객에게는 실질적으로 도움되지 않는다고 판단해서다.

현 시점에서 슈퍼 리치들이 주목하는 것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시작된 유동성 위기가 금융시스템 위기로 전염돼 실물경기가 얼마나 둔화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서프프라임 모기지 부실 속에 주가가 올라가는 현상을 놓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적기에 잘했다는 긍정적 시각과 일시적인 충격 완화 조치로 나중에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비관적인 시각 간에 갈수록 거세지는 논란이 어느 쪽으로 흐를지를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상춘 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