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은 4일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10·4' 선언에 대해 다소 다른 평가를 내놨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들의 긍정적 평가 일색인 것과 대조적으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북핵 문제,국군포로와 납북자 문제 등에 대한 구체적 합의가 없다는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대통합민주신당 이낙연 대변인은 이날 국회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앞으로 남북관계가 여러 분야에서 내실있게 발전하도록 하는 실질적인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10·4 남북공동선언을 민족의 이름으로 환영한다"고 밝혔다.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 경선 후보들도 일제히 환영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가 나오기까지 자신의 역할이 누구보다 컸음을 앞다퉈 설명했다.

정동영 후보는 "과거 통일부장관 시절 '9·19합의'를 이끌어내고,개성공단을 만들었던 당사자로서 오늘 합의를 접하면서 가슴 벅찬 환희를 느낀다"고 논평했고,손학규 후보는 "이번 선언에 제가 지난 5월 북측에 제안한 주요 내용과 그 취지들이 모두 들어 있어 개인적으로 큰 기쁨과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해찬 후보도 "제가 평양과 미국을 방문했을 때 당사국인 4자가 판문점에서 만나 선언을 하는 것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고,노 대통령에게도 그런 얘기를 했는데 이런 내용이 합의에 반영된 게 뜻깊다고 생각한다"고 소개했다.

이명박 대선후보는 이날 오후 김해 화훼단지를 방문한 자리에서 "남북 두 정상의 만남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총평한 뒤 "그러나 국제사회와 국민의 관심사인 핵폐기와 이산가족 문제,납북자 문제가 거론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아쉽게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 후보는 이어 "남북문제는 말이나 선언으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실천의지와 국민적 합의에 의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재섭 대표도 "핵폐기 등 안보 문제와 분단 고통 해소 측면에서 '미흡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유종필 대변인은 "남북간 신뢰회복과 평화체제 정착에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한다"면서도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 등 국민이 바라는 인권문제에 진전이 없는 점은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광주 디자인 비엔날레 참석차 광주로 가던 도중 '10·4공동선언'소식을 접하고 "잘됐다"고 평가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김 전 대통령은 합의문 전문을 꼼꼼히 읽을 정도로 큰 관심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인식/노경목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