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월 첫 졸업생을 배출한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은 자비 졸업생 33명 중 28명을 취업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 중 58%가 금융업계로 진출했고,25%가 대기업에 취업했다.

연봉 상승률은 50% 선이다.

하지만 이들을 취업시키기 위한 서울대 MBA스쿨의 노력은 눈물 겨웠다.

졸업생 33명의 이력서를 책으로 만들어 재계 순위별로 130개 기업에 보냈다.

이에 관심을 보이는 기업이 있으면 직접 찾아가 설명을 하기도 했고,교수들이 직접 나서 취업을 돕기도 했다.

김희정 서울대 MBA 경력개발센터 실장은 "해외 MBA에 비해 한국형 MBA 졸업생에 대한 인식이 낮아 취업이 쉽진 않았다"며 "학생 한명 한명의 취업에 온갖 정성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교육인적자원부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국내 MBA스쿨에서 한해 배출되는 졸업생 수는 2992명(입학 정원 기준)에 이른다.

지난해와 올해 무더기로 MBA스쿨 인가를 내주면서 MBA 졸업생이 크게 늘어난 것.

그러나 기업에서 이들 '토종 MBA 출신'을 찾는 수요는 이보다 훨씬 적다.

국내 MBA 출신을 그나마 많이 뽑는 신한은행이 연간 20~30명을 채용하고 나머지 기업들은 한 자릿수 채용에 그치고 있다.

선현주 고려대 MBA스쿨 디렉터는 "기업 인사 담당자들을 만나 보면 아직까지 국내 MBA 출신들을 어디에 쓸지 모르는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전자부문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MBA 출신을 뽑더라도 이왕이면 해외 톱10에 드는 MBA 출신을 채용한다"며 "국내 MBA 출신의 경우 아직 능력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명도가 낮은 MBA스쿨의 경우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가을부터 수업을 시작하는 2007년 풀타임(주간) 과정 학생을 모집한 대학 중 전남대 중앙대 한국정보통신대 한양대 등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전남대의 경우 지원자가 모집 인원의 4분의 1에 그쳤다.

국내 MBA의 이 같은 회의적인 시각은 과거 정식 경영전문대학원(MBA스쿨)이 아닌 곳에 남발되면서 붙여진 'MBA 출신'이란 경력 탓도 있다.

한 정유 대기업 인사 담당자는 "최고경영자 과정이니,일반 경영대학원(경영학 박사·MS)이니 친목 도모 성격의 대학원 출신들 상당수가 MBA 출신으로 행세하고 있다"며 "최근 생긴 MBA들이 이들과 얼마나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면 국내 MBA스쿨의 옥과 석이 가려지고 우수 MBA스쿨은 자력 생존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김현주 카이스트 MBA디렉터는 "아직까지 국내 MBA 출신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낮은 것은 사실이지만 국내 MBA 출신을 채용해본 기업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채용 수요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일례로 카이스트 MBA와 서울대 글로벌 MBA의 리크루팅을 별도로 진행한 효성그룹은 내년에는 고려대,성균관대 MBA 출신들까지도 채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