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 10.4 공동선언] 경협.평화 선순환 고리 마련‥이행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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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식 실용주의'가 반영된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포괄적이고 총론적인 내용보다는 '장관급 회담' 수준이라고 할 만큼 자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많이 담았다는 평가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을 위한 해주특구 신설에서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경기대회에 남북 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참가하기로 한 것 등이 그렇다.
반면 임기를 4개월여 남겨놓은 현 정부가 지나치게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하고,추진키로 함으로써 다음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청와대에서 국민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좀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런 의지대로 김 위원장으로부터 적지 않은 현실적인 선물을 받아내 추상적인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은 셈이 됐다.
2000년 1차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이번 회담이 보다 실무적이었다는 게 잘 드러난다.
1차 회담 때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은 총 5개항으로 이뤄져 이번 8개항보다 적다.
내용면에서도 6·15공동선언은 통일 방안,경제·사회·문화교류 방안 등 포괄적인 원칙만을 명기했을 뿐이다.
또한 2차 회담에서는 남북 실무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방북단 규모는 2000년 당시 180명이었으나 이번엔 특별 수행원 등 300명에 달했다.
공식 수행원의 경우 11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났으며 실무각료 가운데는 2000년 땐 참석하지 않았던 과기,국방,농림,복지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
기업인 등 각 분야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 수행원 역시 모두 49명으로 2000년 24명에 비해 규모가 2배로 늘어났다.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으로 분석했다.
그는 "회담을 하면 성과를 낸다,합의를 한다는 측면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궁색하게 만들까,어떻게 하면 받지 못할 제의를 할까,상대방 제의를 어떤 명분을 내걸어 잘 거부할까를 우선 생각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었다는 게 1990년대 이전 남북 간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플러스섬 회담'으로 진보한 것은 악화된 북한의 사정과도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1990년대부터 소련,동유럽 붕괴 등 탈냉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북한은 체제 안전에 불안을 느낀 데다 심각한 경제난까지 겹쳐 남측으로부터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이 이번에 "경제공동체가 곧 평화공동체"라고 강조하면서 남북 윈-윈의 경제논리로 김 위원장을 설득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건설 등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그 연장선이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당시에는 '남북은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합의 조항에 따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경의선·동해선 연결 등의 후속 결과물을 낳았지만 2차 회담은 공동선언문에 곧바로 해주특구 신설,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을 명기했다.
향후 실무 협력의 속도와 이행 시기를 앞당겨 사업의 현실성을 한층 높인 것이다.
◆차기 정부에 대한 부담도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핵 폐기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방북 전 핵문제를 의제화하겠다고 밝혀 기대가 컸지만 정작 합의문 4항을 통해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9·19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표현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사안들이 들어간 합의이지만,북한에 구체적인 이익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명시돼 있고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이익은 추후 논의 등의 형태로 추상적으로 규정됐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의선 철도 개성~신의주 구간 개보수,평양∼개성 간 고속도로 재포장 등은 차기 정부에 만만찮은 재정적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약속으로 지적됐다.
정부에 따르면 이들 사업에는 각각 약 1조3768억원,44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4일 발표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은 포괄적이고 총론적인 내용보다는 '장관급 회담' 수준이라고 할 만큼 자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많이 담았다는 평가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축을 위한 해주특구 신설에서부터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경기대회에 남북 응원단이 경의선 열차를 이용해 참가하기로 한 것 등이 그렇다.
반면 임기를 4개월여 남겨놓은 현 정부가 지나치게 구체적인 내용을 합의하고,추진키로 함으로써 다음 정부에 적지 않은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도 없지 않다.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2일 평양으로 출발하기 전 청와대에서 국민들에게 "이번 정상회담은 좀 더 차분하고 실용적인 회담이 될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런 의지대로 김 위원장으로부터 적지 않은 현실적인 선물을 받아내 추상적인 말의 성찬에 그치지 않은 셈이 됐다.
2000년 1차 정상회담과 비교하면 이번 회담이 보다 실무적이었다는 게 잘 드러난다.
1차 회담 때 합의한 '6·15남북공동선언'은 총 5개항으로 이뤄져 이번 8개항보다 적다.
내용면에서도 6·15공동선언은 통일 방안,경제·사회·문화교류 방안 등 포괄적인 원칙만을 명기했을 뿐이다.
또한 2차 회담에서는 남북 실무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방북단 규모는 2000년 당시 180명이었으나 이번엔 특별 수행원 등 300명에 달했다.
공식 수행원의 경우 11명에서 13명으로 늘어났으며 실무각료 가운데는 2000년 땐 참석하지 않았던 과기,국방,농림,복지부 장관 등이 포함됐다.
기업인 등 각 분야 인사들로 구성된 특별 수행원 역시 모두 49명으로 2000년 24명에 비해 규모가 2배로 늘어났다.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
김형기 전 통일부 차관은 이번 정상회담 결과를 '제로섬'이 아닌 '플러스섬'으로 분석했다.
그는 "회담을 하면 성과를 낸다,합의를 한다는 측면보다는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궁색하게 만들까,어떻게 하면 받지 못할 제의를 할까,상대방 제의를 어떤 명분을 내걸어 잘 거부할까를 우선 생각하는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었다는 게 1990년대 이전 남북 간 대화였다"고 평가했다.
'플러스섬 회담'으로 진보한 것은 악화된 북한의 사정과도 깊은 연관성을 갖고 있다.
1990년대부터 소련,동유럽 붕괴 등 탈냉전 시대가 도래하면서 북한은 체제 안전에 불안을 느낀 데다 심각한 경제난까지 겹쳐 남측으로부터 최대한의 실리를 챙기기 시작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이 이번에 "경제공동체가 곧 평화공동체"라고 강조하면서 남북 윈-윈의 경제논리로 김 위원장을 설득해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건설 등의 합의를 이끌어낸 것도 그 연장선이다.
2000년 1차 정상회담 당시에는 '남북은 경제협력을 통해 민족경제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킨다'는 합의 조항에 따라 개성공단,금강산 관광,경의선·동해선 연결 등의 후속 결과물을 낳았지만 2차 회담은 공동선언문에 곧바로 해주특구 신설,안변·남포 조선협력단지 건설 등을 명기했다.
향후 실무 협력의 속도와 이행 시기를 앞당겨 사업의 현실성을 한층 높인 것이다.
◆차기 정부에 대한 부담도
노 대통령이 김 위원장으로부터 북핵 폐기에 대한 확고한 약속을 받아내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방북 전 핵문제를 의제화하겠다고 밝혀 기대가 컸지만 정작 합의문 4항을 통해 '남과 북은 한반도 핵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9·19공동성명과 2·13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도록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했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연구실장은 "북측이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는 표현이 들어갔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구체적인 사안들이 들어간 합의이지만,북한에 구체적인 이익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명시돼 있고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이익은 추후 논의 등의 형태로 추상적으로 규정됐다"고 말했다.
예컨대 경의선 철도 개성~신의주 구간 개보수,평양∼개성 간 고속도로 재포장 등은 차기 정부에 만만찮은 재정적 부담을 안길 수 있는 약속으로 지적됐다.
정부에 따르면 이들 사업에는 각각 약 1조3768억원,44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