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4일 북한 체류 일정을 모두 마치고 군사분계선을 넘어온 뒤 남측 출입사무소(CIQ) 앞에서 귀환보고 행사를 가졌다.

일종의 후일담을 전하는 자리였다.

노 대통령은 회담 의제 하나하나를 거론하면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어떤 분위기에서,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또 자신은 어떤 논리로 김 위원장을 설득했는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했다.


◆첫날 오전엔 좀 힘들었다

첫날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만났는데 회담을 마치고 나니 정말 잠이 안왔다.

사고방식에 차이가 엄청나고 벽이 너무 두터워서 무엇 한가지 합의할 수 있을지 눈 앞이 캄캄하다는 느낌이었다.

같이 갔던 이재정 통일부 장관 등 북측과 회담을 많이 해본 분들이 그 분들은 항상 그렇게 군기를 잡으니까,처음에 군기잡은 것이다.

기싸움 한 것이지 꼭 안됐다고 할 수 없다.

실망하지 말고 내일 김정일 위원장을 만나보라고 했다.

그래서 은근히 기대를 갖고 다음 날 김 위원장을 만났다.

쉬운말로 말해 오전엔 좀 힘들었다.

오후 가니까 잘 풀렸다.

말이 좀 통했다.


◆북핵 문제 부담스러웠지만 잘 됐다

사실 (북한에) 가면서 약간 불만스러운 마음을 가진 게 북핵문제였다.

북핵문제는 구체적으로는 국제적 문제이기 때문에 6자회담에서 풀고 있는데,지금 막 잘 풀려가고 있는데 그 문제를 해결하고 오라고 하는 것은 말하자면 문제를 해결하는 '타작 마당'이 있는데 또 타작마당을 벌이라는 얘기라서 부담스러웠다.

잘 돼가고 있는 얘기를 또 꺼내서 확인하자고 하는 게 회담 분위기를 망치지 않을까 걱정하고 갔다.

그런데 다행히 김정일 위원장이 아무 이의없이 동의했다.

회담 도중 김 위원장은 북핵문제 담당자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을 회담장에 들어오게 해서 (6자회담) 합의 경과를 직접 설명하게 했다.

매우 구체적이고 소상한 보고를 받았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제안에 김 위원장은 국방위 참모들과 상의한 다음 수용하겠다고 밝혀왔다.


◆북·미,북·일 관계개선 요구엔 침묵

북핵문제가 풀리면 한반도 평화문제로 가야한다.

종전협정,평화협정으로 가야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그런 문제와 관련해서 남북이 주도해서 관련 당사국에 협의를 제안하자고 얘기했다.

이 과정의 일환으로 부시 미국 대통령이 제안한 바 있는 종전선언 방안을 김 위원장에게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종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데 대해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 한·미 간에 논의한 종전선언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심을 표명했다.

그리고 이를 성사시키도록 남측이 한 번 노력을 해보라고 주문했다.

그래서 이것을 함께 추진해 나가자는 취지로 선언문에 표현했다.

당사국 간 대화가 잘 이뤄지면 북측으로선 그렇게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

북·미관계 개선과 북·일관계 개선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는데 김 위원장은 경청하기만 했다.


◆납북자·국군포로 문제,해결 노력할 것

화해의 첫 단계는 과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라고 말하고 이산가족문제,납북자·국군포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버리자고 제의했다.

김 위원장은 이산가족 상봉을 확대하고 영상편지 교환사업도 하자고 했다.

그러나 납북자 문제 등은 입장 차이로 기대하는 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다만 많은 대화를 했다.

이것이 다음에 이 문제를 푸는 데 있어 많은 밑거름이라도 됐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해결하지 못해 죄송하다.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서,대화의 기회를 빌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

정리=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