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결과는 '홀' 아니면 '짝' 둘 중의 하나다.
주식시장도 홀짝게임과 같다.
모든 결과는 주가가 오르든지 내리든지 둘 중 하나다.
홀짝게임의 승률은 50%다.
홀인지 짝인지 맞히기 위한 판단 근거도 없다.
그런데 주식시장은 다르다.
과거의 주가 흐름이 있고 기업의 가치가 있다.
잘 활용하면 주가 방향을 70%는 맞힐 수 있다.
주식투자는 홀짝게임보다 더 쉬운 게임이다."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는 '홀짝박사'로 잘 알려진 김문석 하우투인베스트 대표는 "아무리 좋은 기업도 어렵게 분석하면 투자를 제대로 할 수 없다"며 "쉽게 이해해야 주가의 방향을 알 수 있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2000년부터 2005년까지 5년여 동안 한국경제TV에서 '홀짝박사의 급등주를 찾아라'를 진행한 유명 방송인이자 주식전문가다.
이 프로그램에서 김 대표는 '홀짝게임'만큼이나 단순 명쾌한 논리로 '오를 종목'을 골라내 화제를 뿌렸다.
당시 그가 방송에서 언급한 종목은 곧바로 상한가로 직행해 증시에서는 '홀짝상한가'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였다.
그가 명성을 날리던 2001년 서울 올림픽 역도경기장에서 연 투자설명회에는 3000여명의 투자자가 몰리기도 했다.
이 투자설명회는 주식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설로 남아 있다.
김 대표는 지금도 하루에 4번 한국경제TV를 통해 시황을 방송하고 한 달에 두세 차례는 증권사 직원이나 일반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투자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김 대표는 '주식 고수'로 통하지만 의외로 단 한 번의 실전투자 경험도 없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는 1999년 자산운용사에 애널리스트로 입사하면서 주식시장과 첫 인연을 맺었다.
그 이전에는 주식을 전혀 모르는 '문외한'이었다.
그러나 입사 후 얼마 되지 않아 뛰어난 안목과 천부적인 말솜씨로 스타 애널리스트로 떠올랐다.
그는 "워낙 초기에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분석가로 대접을 받다 보니 정작 개인적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에게 어떤 기준으로 주식을 고르냐고 묻자 의외로 "자산가치에 비해 싸고(저PBR),돈버는 것에 비해 싼(저PER) 주식을 골라야 한다"는 교과서적인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그는 "대형주와 소형주를 구분해서 주식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먼저 대형주에 대해서는 경기가 안좋을 때는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2∼3년 전의 조선 철강주처럼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쉽게 저PER주를 찾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주가는 결국 기업가치에 수렴하기 때문에 저PER주에 장기 투자하면 반드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경기가 좋을 때는 저PER주를 찾기 쉽지 않다.
이럴 때는 기업의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는 물론 성장가치,즉 향후 실적 추정치까지 감안해 기업을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 활황기에는 대형주 중에서 저평가주를 찾아내기는 쉽지 않다.
중소형주는 대형주와는 달리 내재가치뿐만이 아니라 세력의 매집 등 수급이 주가를 결정하는 더 중요한 요소다.
중소형주는 유통물량이 많지 않아 일부 세력의 움직임에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우선 중소형주에서 저평가된 종목을 분류한 뒤 차트를 보고 세력들의 매집 흔적이 있는 종목을 골라낸다.
매집 흔적은 거래량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즉 하락했던 주식이 적은 거래량으로 전고점을 회복할 경우에는 세력들이 매집을 거의 끝낸 주식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식은 향후 세력들의 담합으로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중요한 것은 아무리 세력들의 매집 흔적이 있더라도 적정가치를 산출할 수 없는 적자 기업 주식이라면 투자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주식은 세력이 빠지면 급락해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반면 꾸준히 이익을 내는데도 주가가 낮고 대주주 지분이 적은 주식은 눈여겨볼 만하다.
그는 주식투자자들에 대해 "너무 주식을 모르고 투자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실제 투자설명회를 나가 보면 가치투자의 기본 툴인 PER에 대해서도 개념은 물론 활용 방안을 제대로 아는 투자자는 10%도 안 된다는 얘기다.
그는 "저평가된 주식을 사더라도 조금만 오르면 팔고,나쁜 주식에 손대고도 웬만해서는 손절매하지 않는 개인의 투자행태는 결국 적정 주가에 대한 개념없이 투자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지 않고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증시에 대해 "요즘 뜨고 있는 중국 시장보다 더 유망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증시는 국민연금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의 참여 확대로 향후 10년간 유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늦어도 2010년에는 지수가 3000포인트를 돌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중국 증시는 밸류에이션이 너무 높은 데다 상장을 대기 중인 기업들도 많아 내년쯤 심각한 위기를 겪을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대표의 꿈은 자산운용사를 설립해 직접 펀드를 운용하는 것이다.
현재 그가 경영하고 있는 하우투인베스트는 증권사 직원 및 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투자교육과 자산운용사에 대한 투자 컨설팅을 주로 하고 있지만 내년 3월께에는 투자자문사로 변신할 예정이다.
이미 2개 증권사로부터 투자 약속을 받았으며 조만간 금융감독원에 설립인가 신청서도 낼 계획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은 직접 투자를 위한 준비기간이었다"며 "투자자문사를 설립하면 실전형 가치투자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