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제일제철의 히로 과장.30대 중반인 그는 어느 날 자회사인 의료기기업체 뉴메디컬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구원투수로 파견된다.

의료기기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무했던 그는 기민한 사업전략과 리더십으로 문제점을 하나씩 해결하고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운다.

3년 만에 거대 라이벌인 독일화학을 제치고 3%이던 시장점유율을 85%로 끌어올리는 성공신화를 만든다.

'전략 프로페셔널'(사에구사 다다시 지음,현창혁 옮김,서돌)은 우선 푹 빠져드는 재미가 있는 기업소설로 한 표 줄 만하다.

철강회사 과장인 주인공이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어 펼치는 열정과 노력은 데라사와 다이스케의 베스트셀러만화 '미스터 초밥왕' 못지 않게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퍼즐 맞추듯 하는 문제 해결력,조직을 소리없이 바꿔나가는 리더십,무엇보다 시장 셰어를 빼앗는 전략과 작전이 흥미진진하다.

하지만 이 책은 단지 성공적인 기업소설에 그치지 않는다.

'셰어를 역전시킨 기업변혁 드라마'라는 부제가 말하듯 소설의 형식을 빌린 경영전략 교과서이자 실전사례집이다.

히로 과장이 뉴메디컬에 부임한 첫날부터 온갖 경영학 개념들이 쉴새없이 동원된다.

문제가 발생하는 고비마다 PPM 실전관리,제품수명 주기,시장 세분화와 같은 전략 개념들이 현장에서 활용되고 행동으로 옮겨지는 구체적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 경영자의 고뇌 등 생생한 현장감이 더하면서 이야기가 박진감있게 전개된다.

이런 스토리텔링의 힘은 등장 인물과 기업은 가공의 설정이지만 사실관계와 과정,경쟁관계,시장점유율,조직체계 등의 데이터가 모두 실제상황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인공 히로의 실제 모델은 저자 자신이다.

사에구다 다다시(三枝 匡)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스탠퍼드대 MBA 출신으로 1980년 일주일이면 도산할 오쓰카전자를 맡아 3년 만에 살려낸 것을 비롯해 최근의 미스미그룹 회생을 이끌어낸 자타공인 일본 최고의 기업회생전문가이자 경영전략컨설턴트.현재는 기계부품업체인 미스미의 사장으로 쓰는 책마다 베스트셀러를 만드는 작가이기도 하다.

'전략의 달인(達人)' 별명을 지닌 저자는 두 가지를 강조한다.

첫째,전략의 목적은 세우는 데 있지 않고 실천하는 것이다.

둘째,성공하는 전략은 남을 답습해선 안 된다.

새로운 경쟁규칙을 만들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초판은 1991년에 나왔고 2002년 이후 닛케이비즈니스맨문고판으로 재출간돼 현재까지 아마존재팬 종합순위를 유지하는 생명이 긴 베스트셀러다.

저자의 대표 3부작 가운데 '경영파워의 위기''V자회복의 경영'보다 기초적인 내용이다.

264쪽,1만1000원.

우종근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