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과잉'시대다.

장수를 위해 소식(小食 )과 3대 영양소(탄수화물 지방질 단백질)의 고른 섭취가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그 의미가 자의적으로 해석돼 문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수많은 인체 및 동물실험 결과 적정 칼로리보다 섭취열량을 줄이면 수명이 10∼30% 늘어나는 것으로 연구돼 있다.

그러나 노년기엔 소식으로 체질량지수(BMI: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를 무작정 낮추기보다는 적당히 높게 유지하는 게 수명 연장에 도움된다는 연구결과가 많이 나오고 있다.

중장년 이후 소식을 실천한 사람 중 상당수는 기력이 떨어지고 우울해지며 영양결핍까지 호소하고 있다.

일부러 에너지를 결핍시키거나 지나치게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으로 소식을 이해하는 것은 위험하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섭취열량과 소비열량의 균형을 맞추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게 바람직하다.

국내서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질을 통한 적정 섭취열량 비율이 대략 6 대 2 대 2(55∼65% 대 15∼20% 대 20~25%) 정도다.

이에 비해 미국 보건당국의 위촉을 받아 미국 캐나다 학자들이 2002년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6 대 3 대 3(45∼65% 대 10∼35% 대 20∼35%)이다.

이런 차이는 서구인의 식단구성상 단백질과 지방질의 섭취비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일 것이다.

동양인과 서양인의 체질이 달라서라곤 볼 수 없다.

3대 영양소의 최적 섭취비율이 어떻다고 미세한 숫자계산을 하기보다는 적정 열량을 섭취하는 게 더 중요하다.

예컨대 전날 과식했다면 아침 한 끼 정도 굶는 게 나쁘지 않다.

물론 아침을 오랫동안 거르는 게 습관화되면 야간에 지방을 저장해놓으려는 성향이 강해지고 뇌에 혈당공급이 부족해져 오전 중 업무능률이 떨어질수 있다.

그러기에 저녁에 하루 섭취열량의 절반 이상을 먹거나 잠자기 2시간 전에 뭔가를 먹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비만과의 전쟁에 나선 사람들이 실패하는 것도 대부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어떤 영양소를 부족하게 또는 지나치게 먹는지는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언뜻 머리 속으로 잘 그려지지 않는 사람을 위해 모범식단을 하나 예로 들자.밥 한 그릇에 계란 후라이 하나,생선 3분의 1마리,두부 부침 네 조각,배춧국 김치 깍두기 등의 반찬을 갖춘 밥상은 한끼 800㎉와 각종 영양소를 충족한다.

최근 유행에 따라 때로는 지방을,때로는 탄수화물을 지나치게 혐오 내지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위험한 생각이다.

3대 영양소도 세분하면 그 성분이 수백 가지다.

하루 20가지 이상의 음식물을 먹으면 대체로 몸에 필요한 모든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할 수 있다.

체내 탄수화물 저장량(글리코겐 형태)은 1000∼2000㎉로 제한적인 데 반해 지방은 수만㎉에 이른다.

그래서 잉여분의 탄수화물은 쉽게 중성지방 형태로 변해 주로 복부 내장지방에 축적된다.

그 결과 세포 안으로 혈당을 밀어넣어 태워없애도록 유도하는 인슐린 호르몬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이를 '인슐린 저항성'이라고 하는데 혈액 속에 과잉의 혈당이 떠돌아 각종 장기를 망가뜨리게 된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평생토록 오래 기능하려면 식사 후 혈당이 서서히 올라가야 한다.

이른바 3백식품(흰밥 흰밀가루 흰설탕),가공정제한 고탄수화물 식품을 먹으면 저녁 7시에 올 손님이 6시에 들이닥치는 것처럼 췌장이 깜짝 놀라고 과로한다. 그러기에 잡곡 혼식을 해야 한다.

단백질은 하루에 체중 1㎏당 1g의 섭취가 권장된다.

보통 남자 성인이면 하루에 화투짝 쌓아놓은 만큼의 고기나 생선을 먹으면 충분하다.

다른 영양소와 비교하면 단백질은 과잉돼도 몸에 축적되는 게 매우 적다.

신장병 환자가 아니면 체중 1㎏당 2.7g까지 섭취해도 건강에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따라서 순수 단백질(기름기를 뺀 등심)만 먹으면 포만감이 오래가 군것질을 덜하게 되므로 오히려 다이어트에 활용할수 있다.

그러나 많이 복용하면 대사를 시키느라 간과 신장이 과로하게 되는 만큼 적정한 게 좋다.

<김선미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