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조선해양 SPP조선 등 경남 통영에 조선소를 가진 후발 조선업체들이 한국 대신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에 주식을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증권선물거래소보다 상장 요건이 까다롭지 않은 반면 상장을 통한 기업 인지도 제고 측면에서 싱가포르의 이점이 더 크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우량 기업의 상장 유치를 위해 애써 온 증권선물거래소(KRX)에 비상이 걸렸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예상 매출이 8000억원에 육박하는 성동조선해양은 최근 삼일회계법인을 자문사로 선정,내년 중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조만간 외국계 증권사 한 곳을 기업공개(IPO) 주관사로 선정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성동조선은 지난달 한 대형 증권사와 주관사 계약 체결 직전까지 갔으나 이를 전격 보류했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성동조선에 500억원을 투자한 군인공제회가 자금 회수에 속도를 내기 위해 상장 시장을 싱가포르로 해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성동조선 측이 업종은 약간 다르지만 싱가포르에 먼저 상장한 뒤 나중에 한국에 동시 상장한 STX팬오션의 사례를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인공제회는 2005년 성동조선에 500억원을 투자해 지분 44.6%%를 갖고 있다.

골드만삭스가 올초 5000만달러를 투자한 SPP조선(옛 동양조선)도 싱가포르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이 회사 역시 투자자인 골드만삭스가 한국보다 싱가포르 증시를 더 선호하고 있어 상장 증시를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PP조선 관계자는 "기업공개를 추진 중이며 국내와 해외를 놓고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2005년 7월 싱가포르 증시에 상장한 STX팬오션 관계자는 "싱가포르는 물류 중심국으로 세계 최대 선사들이 다 모여 있어 인지도를 높일 수 있고 상장 요건도 한국보다 훨씬 덜 까다롭다"고 말했다.

싱가포르 증시는 매출이나 이익 기준 등에서 한국보다 훨씬 완화된 상장 요건을 적용하고 있다.

상장 전 1년 동안 최대주주 지분 변동이 없어야 한다는 제한 요건도 없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국내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상장 후 유지 비용이 더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IPO업계 관계자는 "국제 회계 기준에 맞게 분기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으나 한 번 상장하고 나면 크게 부담스러울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따라서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세계 거래소 간 생존 경쟁에서 한국 증권선물거래소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상장 요건이나 거래소 운영 등에서 고객인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노희진 증권연구원 박사는 "기업들은 어떤 시장에 상장하는 것이 가장 유리한지를 따져 본다"며 "투자자 보호와 상장사 요구를 균형 있게 반영해 거래소를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박준동/서정환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