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오전 11시 서울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별관 3층 통합 브리핑룸.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 정상회담의 결과를 설명하는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막 개선문을 들어서 무용담을 늘어놓는 승장(勝將) 같았다.

첫 마디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이번 정상회담을 준비하느라 정부 각 부처가 헌신적,능동적으로 참여했다.

평양시내 6km 연도에 나온 수십만 시민들의 조국통일 만세와 환호가 정말 대단했다.

평화 번영의 시대를 활짝 열었다."

이 장관은 회담의 성과물인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공동선언'을 마련하는데 정부가 각고의 노력을 했다고 애써 강조한 것이었으나 자화자찬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화려한 수사들을 연신 동원한 이 장관의 얘기는 이어졌다.

"새로운 평화시대와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기 위한 미래비전을 포괄적으로 제시했다는 의미도 있다"는 식이었다.

정부의 노력과 성과를 모르는 바는 아니나 정상회담에서 정작 아쉬웠고,부족했던 점에 대한 자인은 한참이 지나서야,그것도 기자들의 질문을 통해서 겨우 흘러나왔다.

그는 국군포로,납북자 문제 해결노력에 소홀하지 않았느냐는 지적에 "앞으로 시간이 좀 걸리고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해소될 수 있는 문제다.

장관급 회담서도 논의된 바 있고 그런 과정에서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얼버무렸다.

노무현 대통령조차 지난 4일 이 문제를 해결 못해 죄송하다고 했었는데….

이 장관은 그러면서도 당연한듯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합의사항의 실천은 국민들의 몫이 아닌가"라고 국민들에게 부담을 떠안겼다.

또 "국민들이 이번 합의사항의 실천을 우려하고 있는데 남북관계 발전을 위해 필요한 과제들이고,남북경협을 통해 이익이 되는 과제다.

국민들에게 직접 피부에 와 닿는 부분들이 상당히 있어 큰 문제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곁들였다.

이날 이 장관의 발언은 정상회담의 생색은 정부가 다 낼 테니 국민들은 알아서 따라오면 그만이라는 투였다.

향후 대북지원에 따른 국민세금 부담이 벌써부터 우려되고 있는데 자화자찬식 업적과시는 볼썽사나웠다.

회담결과에 대한 평가는 이제부터 시작인 걸 아는지 모르는지.

김홍열 정치부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