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은 북한 안변에 선박 블록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남북정상회담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방북했던 남상태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5일 서울 다동 사옥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4가지 조건(통신,통행,통관,자본이동)이 해결되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2009년 초 안변에서 블록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 사장은 블록공장은 연산 20만t 수준은 돼야하며 공장을 가동하는 데 1억~1억5000만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그는 오는 11월 남북 총리급 면담에서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며 안변 실사단 파견을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남북경제분야 협력에서 가장 큰 성과로 평가되는 조선협력단지는 수리조선소를 원하는 북측의 요구와 선박블록공장을 필요로 하는 남측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결실을 맺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앞으로 조선협력단지 건설 논의는 북측이 원하는 수리조선소 관련 기술과 노하우를 이전하는 대신 남측은 안변의 선박블록공장 부지와 노동력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수리조선소를 원하는 북한

북측은 당초 대우조선해양측에 남포 수리조선소 사업 참여를 제안했다.

선박의 검사,수리,개조를 담당하는 수리조선소에 깊은 관심을 보인 것.조선산업 전문가들은 수리조선소가 전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데다 노동집약적이고 기술이전효과가 크다는 점을 북측이 주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외화도 벌고 고용도 창출하고 기술이전도 받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것.현재 수리조선업계는 국내외 업체들의 잇단 신조(新造· 새 선박 건조) 전환으로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을 겪고 있다.

국내에서도 수리조선소였던 현대미포조선이 신조로 방향을 틀며 대부분 선주들이 중국에서 선박 수리를 맡기는 상황이다.

해운시황 호조로 노후한 선박들을 수리하면서 연장운항하는 경향도 공급부족 현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수리조선업계의 수급이 빠듯하다 보니 선박 수리·유지비용도 해마다 최대 18%가량 상승하고 있다.

2003년 하루당 1935달러였던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경우 수리·유지 비용은 2004년 2050달러,2005년에는 2435달러로 껑충 뛰었다.

업계에선 북한의 수리조선소가 정상 가동될 경우 높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리조선업이 노동집약적이라는 점도 북한의 관심을 끌고 있다.

원가의 절반을 노무비가 차지할 정도로 인건비가 이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다.

조선업계에선 인건비가 싼 북한이 중국보다 더 높은 가격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박블록공장이 시급한 남한

북한과 달리 남한의 조선업계는 급증하는 수주물량 처리를 위해 블록공장 부지를 원하고 있다.

남 사장은 "현재 늘어나는 주문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국내든,해외든 더 많은 생산을 해야 한다"며 "국내와 중국에 있는 공장을 풀로 돌려도 생산계획을 소화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소개했다.

삼성중공업 등 일부 조선업체들은 값싼 인건비 등을 장점으로 하는 중국 등에 선박블록공장을 짓는 등 지속적인 투자를 해왔지만 인건비 상승 등으로 여건이 악화되자 그 대안으로 북한을 주목해 왔다.

남 사장은 북측에 선박블록공장을 제안했으며 이를 북한이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측의 최초 제안인 남포 수리조선소 사업 참여문제에 대해서는 "같이 검토하고 있다"며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의 수리조선 전문인력을 파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덧붙였다.

망갈리아 조선소는 대우조선이 1997년 인수해 성공적으로 흑자전환시킨 수리조선소다.

송대섭 기자 ds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