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을 키우자] 겹겹이 둘러쌓인 규제에 '숨'을 못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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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창원 포스코특수강 공장부지 뒤편에서는 올해 초 인공 하천을 조성하는 공사가 벌어졌다.
공장 증설 예정지를 관통하는 하천을 공장 바깥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폭 9~12m,길이 698m에 이르는 인공 하천 조성에는 창원시가 발벗고 나섰다.
'기업이 원하면 하천 물길도 바꾸는' 창원시는 활력있게 돌아가는 기업들 덕분에 이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3만달러를 넘어선 선진국형 기업 도시가 됐다.
올 상반기 실업률도 2.7%로 전국 평균(3.2%)보다 0.5%포인트 낮다.
이 지역 백화점은 수도권의 웬만한 점포보다 매출이 많고 장사가 잘되는 음식점이 몰려 있는 등 지역민 전체가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전체로 시야를 넓혀 보면 이 같은 얘기는 몇몇에 불과하다.
대기업에 대한 수도권 규제,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굵직한 규제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정부의 2단계 기업환경종합대책과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 환경은 세계 30위(세계은행 발표)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일곱 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아시아의 인접 경쟁국 싱가포르가 1위를 차지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규제가 일자리 창출 가로막는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창업을 하려면 10단계의 규제를 통과해야 하고 평균 17일이 걸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14.9일,6단계)에 미치지 못한다.
창업 규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규제는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일자리의 꾸준한 창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가 크게 줄었고 도소매업도 타격을 입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2~2007년 제조업 분야에서는 공장이 해외로 뛰쳐 나가는 등 산업 공동화(空洞化) 현상으로 인해 12만개(2.8%)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제조업의 공백은 서비스업이 메워가고 있다.
이 중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업이나 컨설팅 등의 사업서비스업도 있지만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서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끌어간 것이 아니라,공장이전 등 산업공동화로 인해 쫓겨난 근로자들이 어쩔 수 없이 슈퍼마켓을 차리거나 음식점을 내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정부 규제의 비생산성
정부는 최근 5년간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것에 대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진 결과"라거나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해왔다.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는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1970년대에 벌어진 적이 있는데,당시 영국은 해법을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역할 축소에서 찾았다.
영국은 비대해진 정부와 공공부문 조직에 메스를 대고 민간부문,특히 제조업 활동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었다.
영국의 사례는 당시의 발전 정도가 비슷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의 경우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 법인세수 예상치(36조566억원)는 2006년 징수 실적(29조4000억원)에 비해 2년 새 22.6%나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재 적용되는 법인세율(13%,25%)을 낮출 생각은 않고 정부 부문을 살찌우는 데 아낌없이 돈을 쓰고 있다.
◆공무원 '밥그릇 지키기'도 문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큰 혜택이나 베풀듯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규제 완화가 아니면 죽는다'는 절박함을 갖고 공격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2001년 이후 규제 총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상호출자 제한,반독점(경쟁) 규제 등 분야를 놓고 보면 다른 나라의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깊숙하게 민간 부문에 개입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기업의 생산성과 국가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소의 진단이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및 금융·산업분리 관련 규제는 자본과 경영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구소는 또 1970~80년대에 도입된 대기업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전면 재검토하는 '규제빅뱅' 또는 '제로베이스 규제 혁신'등을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임찬석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정부가 기업환경을 개선한다고 내놓는 대책들은 많지만 규제의 본령보다는 곁가지 치기에 그치고 있다"며 "권한을 쥐고 있으려는 관료들에게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기구나 제3의 민간기구에 규제 완화와 관련한 특별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
공장 증설 예정지를 관통하는 하천을 공장 바깥으로 돌아가게 하기 위해서다.
폭 9~12m,길이 698m에 이르는 인공 하천 조성에는 창원시가 발벗고 나섰다.
'기업이 원하면 하천 물길도 바꾸는' 창원시는 활력있게 돌아가는 기업들 덕분에 이미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3만달러를 넘어선 선진국형 기업 도시가 됐다.
올 상반기 실업률도 2.7%로 전국 평균(3.2%)보다 0.5%포인트 낮다.
이 지역 백화점은 수도권의 웬만한 점포보다 매출이 많고 장사가 잘되는 음식점이 몰려 있는 등 지역민 전체가 혜택을 보고 있다.
그러나 한국 전체로 시야를 넓혀 보면 이 같은 얘기는 몇몇에 불과하다.
대기업에 대한 수도권 규제,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굵직한 규제들이 여전히 살아 있다.
정부의 2단계 기업환경종합대책과 서비스산업경쟁력강화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기업 환경은 세계 30위(세계은행 발표)를 기록했다.
전년 대비 일곱 계단이나 내려앉았다.
아시아의 인접 경쟁국 싱가포르가 1위를 차지한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규제가 일자리 창출 가로막는다
세계은행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창업을 하려면 10단계의 규제를 통과해야 하고 평균 17일이 걸린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치(14.9일,6단계)에 미치지 못한다.
창업 규제를 포함한 대부분의 규제는 기업의 활력을 떨어뜨리고 결국 일자리의 꾸준한 창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된다.
실제로 참여정부 출범 이후 제조업 분야의 일자리가 크게 줄었고 도소매업도 타격을 입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2002~2007년 제조업 분야에서는 공장이 해외로 뛰쳐 나가는 등 산업 공동화(空洞化) 현상으로 인해 12만개(2.8%)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제조업의 공백은 서비스업이 메워가고 있다.
이 중에는 부가가치가 높은 금융업이나 컨설팅 등의 사업서비스업도 있지만 도소매업이나 음식숙박업 등 부가가치가 낮은 부문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에서 일자리가 많이 생기면서 제조업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끌어간 것이 아니라,공장이전 등 산업공동화로 인해 쫓겨난 근로자들이 어쩔 수 없이 슈퍼마켓을 차리거나 음식점을 내 생계를 유지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정부 규제의 비생산성
정부는 최근 5년간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이 부진한 것에 대해 "제조업의 노동생산성이 높아진 결과"라거나 "서비스업 중심으로 산업구조가 이행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해왔다.
제조업의 일자리 감소는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1970년대에 벌어진 적이 있는데,당시 영국은 해법을 규제 완화와 공공부문 역할 축소에서 찾았다.
영국은 비대해진 정부와 공공부문 조직에 메스를 대고 민간부문,특히 제조업 활동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영국은 이 같은 노력을 통해 경제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낼 수 있었다.
영국의 사례는 당시의 발전 정도가 비슷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의 경우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을 훨씬 웃돌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내년 법인세수 예상치(36조566억원)는 2006년 징수 실적(29조4000억원)에 비해 2년 새 22.6%나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도 정부는 현재 적용되는 법인세율(13%,25%)을 낮출 생각은 않고 정부 부문을 살찌우는 데 아낌없이 돈을 쓰고 있다.
◆공무원 '밥그릇 지키기'도 문제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큰 혜택이나 베풀듯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차원에서가 아니라 '규제 완화가 아니면 죽는다'는 절박함을 갖고 공격적으로 이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얘기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은 2001년 이후 규제 총량이 꾸준히 늘어났다.
상호출자 제한,반독점(경쟁) 규제 등 분야를 놓고 보면 다른 나라의 유례를 찾기 어려울 만큼 깊숙하게 민간 부문에 개입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는 기업의 생산성과 국가 경쟁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게 연구소의 진단이다.
특히 기업지배구조 및 금융·산업분리 관련 규제는 자본과 경영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제한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구소는 또 1970~80년대에 도입된 대기업 규제의 틀을 과감하게 전면 재검토하는 '규제빅뱅' 또는 '제로베이스 규제 혁신'등을 해법으로 내놓고 있다.
임찬석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정부가 기업환경을 개선한다고 내놓는 대책들은 많지만 규제의 본령보다는 곁가지 치기에 그치고 있다"며 "권한을 쥐고 있으려는 관료들에게 '적극적인 자세'를 요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대통령 직속기구나 제3의 민간기구에 규제 완화와 관련한 특별 권한을 위임하는 방법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