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이 세계에 평화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한국이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만방에 알린 사건이었다.

그러나 한국을 세계 경제권의 메이저리그로 격상시키고 저성장 트랩과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날 전기를 마련해 줄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미 FTA 협상이 발효되려면 넘어야 할 산도 적지 않다.


가장 시급하게 대두되고 있는 문제는 양국 국회 비준 문제다.

한·미 FTA는 한국이 거대 경제권과 체결한 첫 자유무역협정이다.

한국은 칠레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등과 FTA를 맺었으나 시장규모나 개방 면에서 한·미 FTA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미국의 수입시장 규모는 2006년 기준으로 1조8551억달러로 세계 최대다.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0년 3.3%에서 2006년엔 2.5%로 하락했다.

반면 중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15%를 넘어선 상태다.

한·미 FTA 체결로 평균 4.9%인 미국의 관세부과가 없어지게 되면 잃었던 시장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미 FTA는 줄어드는 한국 내 외국인 직접투자가 늘어날 수 있는 전환점으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한·미 FTA 체결로 외국인 직접투자가 연간 30억달러 이상 증가할 것(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란 분석이 있다.

한·미 FTA는 경제 문제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안보동맹 차원에서 중요한 한·미 관계를 포괄적인 동맹으로 격상시키는 기폭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초강대국인 미국과 FTA를 맺음에 따라 한·중·일 3국 간 동아시아 FTA 허브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윈-윈 전략'으로 평가받는 한·미 FTA 협상에 대한 양국 의회의 비준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7일 비준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현재 국회 의석 분포로 보면 비준동의안이 상정되면 통과는 그리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껄끄러운 이슈를 대통령 선거 이후로 미루고 미국 의회의 비준 여부를 지켜보자는 의견이 커질 수도 있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책임정치 차원에서도 한·미 FTA를 준비하고 협상한 참여정부 임기 내에 비준이 이뤄지길 바란다"면서 "대선 등의 제약이 있지만 그렇게 비관적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의 비준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서두르려는 한국'과 달리 미국 의회의 움직임은 거북이 걸음이다.

지난 7월 우리 국회 대표단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미국 재계는 '한국 국회가 먼저 비준하면 미국 의회도 FTA를 비준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무역협회는 최근 미국 의회의 동향을 담은 보고서에서 "의회의 다수를 차지한 민주당의 의도적인 FTA 비준 지연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분석했다.

FTA 비준을 쇠고기 완전개방과 연계시켜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양국 의회의 비준 지연 움직임과 관련, "미국 의회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겠지만 우리가 먼저 공세적으로 비준 동의안을 통과시켜 미국을 압박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고려해 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