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올해 하반기 들어 뚜렷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

수출이 두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할 만큼 해외 시장이 좋은 데다 설비투자와 민간소비 등 내수시장도 살아나고 있다.

그러나 애타게 기다리던 경기회복이 찾아왔는 데도 올해 경제성장률은 고작 '4% 후반'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올해를 포함한 최근 5년간 평균 경제성장률이 4.3%에 그칠 만큼 국내 경제의 성장 동력은 미약해졌다.

조석래 전경련 회장이 지난 여름 제주도에서 열린 하계포럼 개회사에서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성장률은 세계 평균치에 미치지 못하고 아시아에서 일본을 제외하면 꼴찌에 가깝다"고 한탄할 정도로 우리 경제는 속병이 들고 있다.

잠재성장률 4%대로 하락

한 나라의 경제성장 능력을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로는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달성 가능한 경제성장률(잠재성장률)을 들 수 있다.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책연구기관들과 삼성 LG 현대 등 민간 경제연구소들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대체로 4% 초반 또는 4% 중반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한국의 1980년대 잠재성장률이 7.5% 수준이었고 1990년대에만 해도 6.2%였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잠재성장률이 매우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셈이다.

KDI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2030년대에는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기업규제 완화로 성장동력 확충해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이처럼 급속하게 낮아지는 원인은 무엇일까.

가장 큰 원인으로는 설비투자 부진을 꼽을 수 있다.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이전의 1990년대 설비투자는 연평균 9.6%씩 늘었다.

하지만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설비투자는 연평균 3.0% 증가에 그쳤다.

자본 축적의 속도가 느려진 만큼 생산 능력이 증가하는 수준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로 인해 1980년대까지 2%대 중반을 유지했던 노동인구 증가율이 0.5%로 둔화된 것도 성장률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경제규모가 커졌기 때문에 고속성장을 계속 이어가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요인들을 모두 감안하더라도 우리가 노력한다면 잠재성장률을 지금보다 1%포인트 이상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문기관들은 보고 있다.

한국은행의 경우 정부가 규제개혁 등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제도개선에 노력하고 민간 투자를 늘릴 경우 잠재성장률이 5% 중반까지 올라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개발과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연계를 강화하고 △소재부품의 국산화율을 높이고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높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면 성장 잠재력을 확충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정택 KDI 원장도 "정부 규제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법과 제도를 정비하면 잠재성장률을 1%포인트 이상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을 옭아매는 규제들을 풀면 기업들이 투자를 늘릴 것이기 때문에 생산 능력이 늘어나고 성장동력이 확대된다는 것이다.

시장 확대하고 생산성 높여야

복지 함정에서 벗어나 경제성장률을 높이고 국민의 전반적인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시장개방 정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각 분야의 생산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한·EU FTA를 조속히 매듭지어 다른 나라들의 관세 및 비관세 장벽을 없애 국내기업들과 개인들의 활동 범위를 전 세계로 넓혀나갈수록 경제활동은 활발해지기 때문이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잡아두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업 생산성 수준은 주요 선진국들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막대한 서비스수지 적자가 나타나고 있으며 내년에는 경상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교육과 의료 서비스를 향상시키고 골프 레저 등 관광수요를 국내에서 충족시킬 만큼 국내 서비스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면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