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고교 3학년 교실.야간자율학습 시간이지만 절반 이상이 책상에 PMP(portable multimedia player)를 올려놓고 있다.

이들은 몰래 영화를 보는 게 아니라 PMP로 동영상 강의를 시청하고 있었다.

윤모군(18)은 "야간자율학습을 빠지고 학원을 다니기엔 선생님 눈치가 보이고 학원비 부담도 만만치 않아 PMP를 샀다"고 했다.

컴퓨터가 있는 전산실로 가지 않고도 PMP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동영상 강의를 볼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배우고 익히는 '유비쿼터스 러닝(U-러닝) 시대'가 열렸다.

U-러닝은 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한다는 뜻의 '유비쿼터스'와 교육의 '러닝'을 합한 신조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인터넷 강의를 듣는 'e러닝'을 넘어 이젠 이동 중에도 네트워크에 접속해 공부할 수 있다.

영상세대의 새로운 공부법이다.

U-러닝은 온라인 교육 업체들이 PMP,UMPC,휴대폰 등 각종 모바일 기기를 이용,동영상 강좌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급속히 번지고 있다.

U-러닝 붐에 맞춰 공공도서관도 U-도서관으로 바뀌고 있다.

이젠 배움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은 사라졌다.

PMP를 활용한 동영상 강좌 다운로드 서비스의 선두 주자는 메가스터디다.

지난해 서비스 시작 당시 650여명에 그쳤던 누적 이용자는 지난달 12만명까지 늘어났다.

학생들은 자신의 PMP에 강의를 3번까지 내려받을 수 있고 재생은 18회까지 가능하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야간자율학습 등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강의를 보는 학생이 늘어났다"며 "강좌 이익이 증가하고 있고 PMP 업체 매출이 많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휴대폰으로도 공부할 수 있다.

이투스는 휴대폰 동영상 학습 서비스 '플립'을 선보였다.

그동안 휴대폰은 액정화면이 작아 동영상 강좌를 보기에 부적합한 매체로 꼽혔다.

화면이 작으면 칠판 글씨를 보기 힘들고 집중력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투스는 이런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휴대폰 전용 동영상 강의를 별도로 제작했다.

학생들의 집중력을 감안해 강의시간을 10분 이하로 줄였다.

큰 화면이 있어야 알아볼 수 있는 칠판 글씨 등은 아예 없앴고 강의시간이 짧은 만큼 동영상 강좌의 내용을 세분화했다.

정액제 등 휴대폰 맞춤 요금제까지 선보였다.

화상전화가 가능한 3세대(3G) 휴대폰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얼굴을 보면서 공부하는 3세대 영상영어 서비스도 등장할 전망이다.

KTF는 청담어학원과 손잡고 올해 안에 3세대 이동통신 기반의 화상영어 교육 서비스에 나선다.

교재는 종이가 아닌 멀티미디어 메시지(MMS)로 다운받아 사용하게 된다.

정부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U-러닝 환경 구축을 위해 전국 7개 고교에 UMPC를 보급했다.

UMPC에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제공하는 '원노트' 등이 탑재돼 학생들이 협력학습을 할 수 있다.

교육부는 또 학습관리시스템을 중앙집중식으로 변경하는 등 초·중·고 U-러닝 서비스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