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막내의 귀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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宋哲鎬 < 국민고충처리위원장 ilpa-song@ombudsman.go.kr >
"아버지,저 귀고리 해도 괜찮지요?"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대학에 다니는 막내아들 녀석이 불쑥 던져온 말이다.
나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뭐라고?" "제 귀를 뚫어 귀고리를 단다고요." 뭔가 묵직한 것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침을 삼키며 우선 침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물었다.
"왜 그것이 하고 싶지?" "그냥 좋기도 하고요.
또 저를 너무 순진한 공부벌레로만 보는 것이 싫기도 하고요." 당장 끝장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일단은 반대다.
하지만 며칠 동안 생각을 더 해보자." 새삼스럽게 막내아들과 요즘 젊은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다." 수천년 전에 쌓은 이집트의 피라미드 한 구석에 쓰여 있다는 낙서다.
당시 공사장에 동원된 인부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노예 노동에 시달렸으리라.그런데 그는 자신의 삶의 곤고(困苦)함도 잊은 채 자기 자식의 철없음을 한탄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다.
귀에 구멍을 뚫고 반짝거리는 금속을 주렁주렁 매단 막내 녀석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짜증이 났다.
남자 애들이 자꾸만 외모를 뜯어 고치고 치장을 해대더니 이제 남자애와 여자애를 구별하기조차 힘들 때가 있다.
이러다 남자애들 모두가 수꿩인 장끼처럼 화려하게 변신해 까투리를 뒤쫓아 다니는 것은 아닐까.
혼자 고민하기가 너무 힘들어 동료들에게 털어 놓았다.
자유롭게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사람,젊은 애들에게 상식적인 선의 통제는 필요하고 그러한 점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사람,두 패로 갈라져서 논쟁을 벌이는 것이 마치 벌집을 쑤신 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허용론 쪽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가지 더 놀란 것은 어른들 중에도 남자애들 귀고리한 모습이 멋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점심식사 장소로 가기 위해 서대문경찰서 정문 앞을 통과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수십년 전 일이 떠올랐다.
그래 30여년 전,대학생 시절 이곳에 붙들려 온 일이 있었다.
'서울역에서 장발족 단속에 걸려 닭장차를 타고 바로 저기 왼편 건물에 있던 이발소에 끌려왔었지.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다가 강제로 삭발을 당했다.
그리고 이발비를 내야 풀어줬지.그러나 나는 용기있게 항의했다.
왜 삭발만 하고 요금은 머리까지 감아준 요금으로 받느냐고….버릇없는 놈이라는 핀잔과 함께 제일 끝 순서로 밀려났지만 끝끝내 머리감는 값만큼 깎고 나왔지.'
나는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막내아들에게 말했다.
"야 인마,귀를 뚫든 코를 뚫든 네 멋대로 해라."
"아버지,저 귀고리 해도 괜찮지요?"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대학에 다니는 막내아들 녀석이 불쑥 던져온 말이다.
나는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뭐라고?" "제 귀를 뚫어 귀고리를 단다고요." 뭔가 묵직한 것으로 얻어맞은 것처럼 멍해지는 것을 느꼈다.
침을 삼키며 우선 침착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물었다.
"왜 그것이 하고 싶지?" "그냥 좋기도 하고요.
또 저를 너무 순진한 공부벌레로만 보는 것이 싫기도 하고요." 당장 끝장을 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일단은 반대다.
하지만 며칠 동안 생각을 더 해보자." 새삼스럽게 막내아들과 요즘 젊은 아이들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
"요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다." 수천년 전에 쌓은 이집트의 피라미드 한 구석에 쓰여 있다는 낙서다.
당시 공사장에 동원된 인부는 생과 사를 넘나드는 노예 노동에 시달렸으리라.그런데 그는 자신의 삶의 곤고(困苦)함도 잊은 채 자기 자식의 철없음을 한탄하고 있었다.
그렇다! 그때나 지금이나 젊은 애들은 버릇이 없다.
귀에 구멍을 뚫고 반짝거리는 금속을 주렁주렁 매단 막내 녀석의 모습은 상상만 해도 짜증이 났다.
남자 애들이 자꾸만 외모를 뜯어 고치고 치장을 해대더니 이제 남자애와 여자애를 구별하기조차 힘들 때가 있다.
이러다 남자애들 모두가 수꿩인 장끼처럼 화려하게 변신해 까투리를 뒤쫓아 다니는 것은 아닐까.
혼자 고민하기가 너무 힘들어 동료들에게 털어 놓았다.
자유롭게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는 것이 옳다는 사람,젊은 애들에게 상식적인 선의 통제는 필요하고 그러한 점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이 옳다는 사람,두 패로 갈라져서 논쟁을 벌이는 것이 마치 벌집을 쑤신 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허용론 쪽이 우세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한 가지 더 놀란 것은 어른들 중에도 남자애들 귀고리한 모습이 멋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는 사람이 제법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래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망설이고 있던 어느날이었다.
점심식사 장소로 가기 위해 서대문경찰서 정문 앞을 통과하는 중이었다.
갑자기 수십년 전 일이 떠올랐다.
그래 30여년 전,대학생 시절 이곳에 붙들려 온 일이 있었다.
'서울역에서 장발족 단속에 걸려 닭장차를 타고 바로 저기 왼편 건물에 있던 이발소에 끌려왔었지.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쭈그리고 앉아 기다리다가 강제로 삭발을 당했다.
그리고 이발비를 내야 풀어줬지.그러나 나는 용기있게 항의했다.
왜 삭발만 하고 요금은 머리까지 감아준 요금으로 받느냐고….버릇없는 놈이라는 핀잔과 함께 제일 끝 순서로 밀려났지만 끝끝내 머리감는 값만큼 깎고 나왔지.'
나는 피식 웃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날 밤 막내아들에게 말했다.
"야 인마,귀를 뚫든 코를 뚫든 네 멋대로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