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 달러를 기반으로 이슬람 금융시장이 성장한다는 말만 들었지 직접 나와 보니 이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다소 늦은 감도 있지만 늦었다고 느낄 때가 가장 빠른 때라고 하죠.국내 증권사들도 우물 안 개구리식 사고를 벗고 시야를 밖으로 넓힐 경우 무한한 성장동력을 새로 찾을 수 있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지난 9월11일 이슬람 금융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회교 국가인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던 이동걸 굿모닝신한증권 사장의 말이다.

이 사장은 이번 방문에서 말레이시아 대형 증권사 중 하나인 KIBB증권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슬람채권(Sukuk) 판매,비상장 기업 공개,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선 조만간 성과가 나올 예정이다.


국내 증권사들에 2007년은 '해외 진출 원년'이나 다름없다.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연초부터 해외 시장 공략을 최우선 화두로 제시하고 속속 실행에 옮기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출범을 앞둔 데다 거대 자본력을 갖춘 다국적 투자회사들이 속속 국내 시장에 진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국내 '브로커리지(위탁매매)'에만 안주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투자은행'으로 거듭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의식에서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라

증권사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가장 서두르는 것은 바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른바 거점 확보 전략이다.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현재 국내 증권사의 해외 지점과 현지 사무소는 모두 34곳에 이른다.

증권사들은 특히 최근 들어 베트남과 중국 캄보디아 등 아시아 이머징마켓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치열한 곳이 바로 중국과 베트남이다.

중국은 이미 국내 증권사들의 각축장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재 삼성 우리투자 현대 한화증권 등이 상하이에 사무소를 두고 현지 시장 공략을 서두르고 있으며 다른 증권사들도 조만간 현지 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다.

현지 증권사와의 제휴도 활기를 띠고 있다.

삼성증권이 중신증권,한국투자증권은 궈타이쥐안안증권,한화증권은 하이퉁증권,굿모닝신한증권은 선인완궈증권과 각각 제휴를 맺는 등 합종연횡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동양종금증권이 사무소 형태로 진출했으며 브릿지증권은 골든브릿지 베트남을 세웠다.

인근 캄보디아에는 동양종금증권이 올초 국내 증권사 중 처음으로 첫발을 내디딘 데 이어 메리츠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이 진출 채비를 꾸리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은 동남아 IB(투자은행)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싱가포르에 허브를 구축했다.

지난달 초 5000만달러를 투자,현지에 동남아 IB센터인 우리투자증권아시아를 설립하고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현지 기업 지분투자 및 NPL(부실채권) 인수와 같은 PI(자기자본투자) 사업을 적극 전개할 계획이다.

◆부동산 개발에서 직접투자까지

증권·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진출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국내 투자 중개나 인수 주선 업무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해외 펀드나 부동산 투자,자원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이를 통해 기반을 닦은 후 IB 핵심 분야인 M&A(인수합병)와 해외 직접투자,현지 기업의 IPO(기업공개) 등에도 나선다는 전략이다.

베트남에 진출한 증권사들은 이미 베트남 관련 펀드 판매는 물론 IPO 예정 종목,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베트남 투자 규모가 5000억원을 넘는다.

현대증권은 베트남 관련 펀드에 20억원을 직접 투자한 데 이어 오는 11월 현지 사무소를 개설,현지 증권사 인수를 타진할 계획이다.

대신증권의 경우 아직 베트남 지점을 열지 않았지만 베트남 유전의 수익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유전개발펀드'를 기획해 판매 중이다.

자기자본을 직접 투입하는 해외 PI 사업도 활발하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해 홍콩 소재 회사에 10억원을 투자해 지분을 사들인 데 이어 올해엔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사모부동산펀드에 2800억원을 투입,상하이 푸둥지구에 건설 중인 업무용 빌딩을 매입했다.

현대와 굿모닝신한증권은 중국 시장에서 부실채권 인수를 통한 직접투자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동산 개발 및 자원개발 사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중국 상하이에서 공단을 조성해 한국 기업을 유치하고 있으며 재개발사업에도 참여 중이다.

인도 카자흐스탄 리비아 등에서는 자원개발에 뛰어들었다.

동양종금증권은 베트남과 캄보디아를 중심으로 부동산개발 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베트남에서 현지 국영기업 지분 투자와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중심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이미 글로벌 투자은행이 시장을 장악한 선진국과 달리 이머징마켓은 우리의 자원과 인력으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시장 선점 차원에서 증권사들의 해외 진출이 활발하다"고 말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