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자산운용사들의 해외 진출은 올 들어 부쩍 활발해진 양상이다.

숫자로만 보면 해외점포는 그리 많이 증가하지 않았지만 내용적으론 크게 발전했다.

9일 증권업협회에 따르면 2005년 말 30개이던 증권사들의 해외점포는 34개(6월 말 기준)로 4개 늘어나는 데 그쳤다.

하지만 불필요한 점포들을 없애는 대신 과거 단순한 '연락망' 수준의 해외법인에서 탈피해 현지시장과 투자자들을 공략하는 전초기지로 적극 활용되고 있다.

SK증권은 지난 6월 말 베트남 호찌민에 현지 사무소를 열었다.

외환위기 당시 동남아 통화파생상품 투자로 큰 손실을 본 SK증권은 런던 도쿄 홍콩 등의 해외 사무소를 모두 철수한 지 10년 만에 해외 영업망을 갖게 됐다.

한화증권도 비슷한 시기에 카자흐스탄 SRC사의 지분 50%를 확보,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중앙아시아 사업 전개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중국 베트남 등 동아시아를 넘어 중앙아시아까지 국내 증권사들의 활동무대로 편입된 것이다.

운용사 중에선 미래에셋이 한발 앞서 있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은 연내 베트남 하노이에 사무소를 개설해 주식 등 유가증권에 그치지 않고 부동산 등 실물자산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홍콩법인을 통해 해외펀드를 운용 중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중동의 거점인 두바이에도 운용사를 세울 계획이다.

피데스투자자문도 베트남 호찌민에 사무소 개설을 위해 시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최근 증권업계 해외 진출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지역적으로 아시아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설립되는 신설 점포는 거의 대부분 중국과 아시아권이다.

대한투자증권이 싱가포르 현지법인을,굿모닝신한증권은 중국 현지법인을 준비 중이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에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동시에 진출시킬 계획이다.

이 같은 아시아권 집중은 해외 진출의 목적이 예전엔 전통적 금융강국인 미국 영국 일본 시장에서 위탁매매에 치중하거나 시장자료 수집 차원이었지만 지금은 해외 직접투자로 발전했기 때문이다.

강전 금융감독원 경영지도팀장은 "아시아 국가들과는 문화적 동질성이 있는 데다 상대적인 경쟁우위가 있어 해외 점포가 몰리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