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暢賢 < 서울시립대 교수·경영학 >

2차 세계대전은 미국에 여러 면에서 대박을 안겨주었다.

우선 전승국으로서 세계 최강의 물리력을 확인했고 전장(戰場)이 되어 버린 유럽에 군수품을 대량 수출하면서 엄청난 부를 축적할 수가 있었다.

군수품 결제가 금으로 이뤄지는 덕분에 전 세계 금 보유량의 72% 정도가 미국으로 건너오는 초대박(?) 행운을 맞이한 것이다.

이 여세를 몰아 미국은 달러를 언제든지 금으로 바꿀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해 자국통화인 달러를 전 세계가 사용하도록 유도했다.

이때 금과 달러의 교환비율은 금 1온스당 35달러(지금은 이 가격이 700달러가 넘는다.

그동안 달러가 얼마나 풀렸는지 느끼게 해주는 숫자다).물론 이 약속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선언으로 공수표가 되었지만 그 이후에 변동환율제가 도입되며 달러는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돈의 흐름은 힘의 흐름을 반영한다.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부상한 것도 따지고 보면 엄청난 금을 축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후의 모습은 어떤가.

1980년대 이후 재정적자 그리고 무역적자가 계속됨으로써 달러는 남발되기 시작했다.

최근의 무역수지 적자는 연 8000여억달러에 달한다.

국내총생산의 6%를 넘는 이런 정도 규모의 적자를 보는 나라는 외환위기를 당하게 마련이지만 기축통화를 발행하는 권리를 보유한 미국은 적자가 나도 달러를 찍어내서(?) 지급하면 되므로 외환위기와는 별 상관이 없다.

그런데 이렇게 풀려나간 달러가 이제 심상치 않은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달러가 뭉칫돈화 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파이낸셜 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약 8조4000억달러에 해당하는 펀드가 4개 분야로 나뉘어 형성되고 있고 그 영향력은 점점 증대되고 있다.

사모펀드,헤지펀드,아시아중앙은행(주로 중국),그리고 중동오일머니가 그것이다.

그리고 이들의 규모가 2020년에는 20조달러대로 커질 것이라 한다.

이들 중 특히 관심을 끄는 것이 국가가 나서서 직접 자금을 운용하는 소위 국부(國富)펀드이다.

뭉칫돈은 힘을 가지게 마련인데 이를 국가가 직접 소유 운용하면 그만큼 국가의 영향력은 증대된다.

특히 유가상승으로 엄청난 달러를 벌어들이는 중동국가들은 이 돈을 그냥 지출하기보다는 펀드화해 지속적인 수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땅에서 퍼올린 원유를 팔아 돈을 벌되 이 돈을 뭉칫돈,곧 펀드화해 해외부동산 같은 실물자산이나 주식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 경우 훗날 혹시 원유가 고갈되더라도 뭉칫돈은 남아서 계속 수익을 창출해 줄 것이라는 게다.

돈을 벌어 건물을 사놓고 월세를 받아 생활한다고나 할까.

엄청난 자산을 획득해놓고 거기에서 창출되는 소득만으로 먹고사는 일종의 신종 '지대국가' 모형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가.

그동안 경상수지흑자를 올리다가 이제는 균형 내지 적자로 돌아설 것이라는 소식이다.

교육 의료 관광 등 서비스산업이 시원찮다 보니 제조업에서 번 돈이 기러기 아빠의 송금으로,해외관광 해외골프여행으로 나가버리고 있다.

그 좋은 의료인력을 보유하고서도 사회의료 운운하며 고급의료를 키우지 못한 바람에 해외병원에다 쓰는 돈이 1억달러를 넘는다.

게다가 아시아 중앙은행에 속하는 우리 한국은행에는 외환보유고가 2500억달러가 넘게 쌓여있는데 거의 화폐성 자산이다.

본격적인 달러약세 시대가 도래하면 그대로 앉아서 가치하락을 감수해야 한다.

이럴 때가 아니다.

우리도 골프장 짓고 고급의료부문 육성하고 교육을 고급화해서 새는 돈 줄이고 국부펀드 만들어 좀 더 적극적으로 해외자산을 취득해야 한다.

산업자본이니 금융자본이니 구별하며 제약을 가하지만 말고 열심히 해외재산을 취득하되 달러 아닌 통화로 수익이 창출되는 실물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이제 우리도 해외에 각종 자산을 취득해놓고 거대한 수익을 창출해서 먹고사는 '지대 국가' 모형을 국가발전 전략의 일부로 도입해야 할 때가 왔다.

/바른금융재정포럼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