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후보는 8일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상당히 여유가 있었다.

참모들이 정리한 모두 발언 문건을 마다하고 '맨손'으로 연단에 섰다.

까다롭고 껄끄러운 질문이 쏟아졌는데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때론 유머를 섞어가며 예봉을 피해가기도 했다.

밀레니엄 포럼 회원들이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이라는 점을 의식해 준비를 한 탓도 있지만 대기업 최고경영자,국회의원,서울시장을 거쳐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되기까지의 경륜이 밑바탕이 된 듯 보였다.

이 후보는 "90% 가까운 분들은 제가 평소에 익히 알고 있고,10%도 안면이 있는 분들"이라며 포럼 회원들에게 친근감을 표시하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러면서도 "학자 전문가들이 많이 오셔서,말하는 데 조금 걸린다"며 다소 부담감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첫 질문으로 이 후보의 핵심공약인 연 7% 성장 및 금융 허브 등에 대한 게 나오자 "한 시간 토론이 필요한 내용인데,선거 전략상 불리한 것은 피하겠다"고 차단막을 치면서 적극적으로 나왔다.

창업을 기피하고 기업 의욕이 침체돼 있다는 말에 이 후보는 "대한민국에서 사업하면서 정말 어렵지만 그래도 (기업인들이) 존중받고 기가 사는 사회를 만드는 방법이 딱 한 가지 있다.

이명박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말해,웃음을 자아냈다.

남북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몇 점까지 줄 수 있고,어떤 것을 받아들일 것이며 쓰레기통에 버릴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선 "결과가 어떻게 나오느냐를 보고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점수를 매길 수는 없다"며 "안그래도 청와대가 고발해서 피고소인이 돼 있는데,여기서 잘못 말하면 또 시시비비가 붙는다"고 슬쩍 넘어갔다.

포럼을 마친 후 이 후보는 "유익했다.

복잡한 것(공약)들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