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달러 규모 펀드 조성

세계은행이 50억달러(약 4조60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그동안 국제 금융시장에서 외면받았던 개발도상국 채권 투자에 나선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7일 보도했다.

이번 투자는 달러와 유로 표시 채권이 아닌 현지 통화로 가격이 매겨진 채권에 집중할 방침이다.

세계은행이 개도국 채권을 매입하기로 결정한 것은 풍부한 자금력을 가진 서구의 연금펀드와 외환보유액이 넘쳐나는 아시아 국가들의 개도국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현지 통화 표시 채권을 통해 개도국이 자금을 조달할 경우엔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도 줄어든다.

달러와 유로 등 세계 주요 통화의 가치가 급등하더라도 상환 부담이 커지지 않는다.

세계은행은 우선 15~20개국을 선정해 투자를 시작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브라질 칠레 이집트 터키 필리핀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 성과가 좋으면 좀 더 위험한 파키스탄과 레바논 등으로 투자처를 확대키로 했다.

세계은행은 이번 투자를 위해 개도국의 채권을 평가하는 시스템도 새로 정비하기로 했다.

여기에는 채권 상환 능력뿐만 아니라 금융거래 관련 규제와 거시경제지표,조세제도 등을 모두 반영해 개도국의 경제 개혁을 유도할 방침이다.

세계은행의 신임 총재인 로버트 졸릭은 "개도국 채권에 투자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정책 개혁과 투자 사이에 연결고리를 만들어 경제 발전을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이번 투자가 아시아 지역 '국부펀드(외환보유액으로 조성된 투자펀드)'의 자금을 개도국으로 흘러들어가게 만드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개도국 채권의 절반가량을 외환보유액에서 사들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