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시중 판매되는 대부분의 햄과 소시지는 '신선하고 맛갈스럽게 보이기 위해' 대부분 발색제를 넣어 선홍색을 띠게끔 가공돼 왔다.
그러나 웰빙 바람이 불면서 발색제를 첨가하지 않은 햄과 소시지 제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는 것.
중소 식품업체 자연이담은 최근 제주도 돈육으로 만든 '자연이담 소시지와 햄'을 출시했다.
발색제와 방부제 MSG(화학조미료) 등을 빼고 천연향신료와 천연조미료를 사용했다고 이 회사는 밝혔다.
풀무원도 발색제와 방부제 등을 넣지 않고 콩으로 만든 '원너소시지'를 내놨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과 대상은 역시 발색제를 넣지 않은 햄스빌 키즈 콩 비엔나 소시지와 클로렐라비엔나를 각각 판매하고 있다.
에스푸드 등 일부 중소업체들은 1990년대 중반 개발해 시장에는 내놓지 않고 일부 호텔과 체인점 등에 납품해 왔다.
중소업체들이 개척한 시장에 대기업들이 뒤늦게 뛰어들고 있는 셈이다.
발색제의 주성분인 아질산나트륨은 국내에서 유해물질로 입증되지는 않았지만 육류속 아민 성분과 결합해 발암물질인 니트로사민을 생성할 수 있어 독일에서는 식가공물에 사용을 금지한 품목.그러나 소시지 등에 선홍색을 띠게 해 구미를 자극할 뿐 아니라 방부제 역할도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햄과 소시지에 사용돼 왔다.
무발색제 햄·소시지는 전분을 줄이고 돈육이나 콩 등을 듬뿍 넣어 어린이들에게 동식물성 단백질 공급원 역할을 충실히 할 뿐 아니라 맛도 깔끔하다.
색깔은 흰갈색이 많지만 훈연시키면 붉은 빛을 띠는 경우도 있다.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50% 이상 비싸고 프리미엄 햄·소시지와 견줘도 10∼20% 높다.
저장성이 약화돼 유통비용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공정기술도 까다로워 생산비용이 기존 제품보다 20% 정도 더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이 최근에야 시중에 본격 유통되고 있는 것은 소득수준 향상과 웰빙열풍에 힘입어 비싸더라도 첨가물을 넣지 않은 제품을 사먹으려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늘고 있어서다.
발색제를 투여한 일반 소시지의 유통기한은 30일이지만 이를 제거한 제품은 신선도가 높은 대신 유통기한이 20일 이내로 더 짧다.
지난 10여년간 무발색제인 화이트 소시지를 호텔 레스토랑 등에 납품해온 에스푸드 관계자는 "판매량이 많지는 않지만 꾸준하다"며 "흰갈색이 미감을 떨어뜨리는 탓에 소비자들이 처음에는 꺼려했지만 인식이 점차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발색제 햄·소시지 시장은 아직 초기 형성단계다.
국내 햄과 소시지 시장규모는 2004년 5320억원,2005년 5869억원,2006년 6080억원에 이어 올해에는 6200억원 수준으로 성장이 예상되지만 이 중 무발색제 제품은 100억원 미만에 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김혜성 CJ제일제당 담당은 "외국에서도 아직은 무발색제 육가공제품의 주요 소비층이 중·상류층에 머물러 있는 단계"라며 "웰빙 열풍에 따라 판매가 점차 늘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