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들부터 망가져라." 김정태 하나대투증권 사장은 체육대회를 앞둔 지난주 임원들에게 이같이 지시했다.

직원들과 화합을 꾀하는 행사인 만큼 임원들이 나서서 부하 직원에게 즐거움을 주라고 주문한 것이다.

그리고 지난 6일 하나은행 원당 축구장에서 1800명의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체육대회 행사에 김 사장은 각설이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또 점잖은 성격의 김영익 부사장은 이소룡 복장을,금융감독원 국장 출신인 이진우 감사는 엘비스 프레슬리 옷을 입고 행사장을 누볐다.

여기에 김 사장과 장능원 리테일본부장,최종삼 지원본부장 등 임원들은 장기자랑 시간에 집단으로 가발을 쓰고 '마빡이'춤을,이에 질세라 부장급 간부들은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퐁퐁퐁' 댄스를 췄다.

김 사장이 이런 파격을 시도한 것은 "직원들의 기가 살아야 회사가 잘된다"는 소신 때문이다.

작년 11월 취임한 그는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워주면서 영업 조직을 대폭 강화하는 등 경직된 조직문화에 변화를 시도했다.

매일 직원들에게 좋은 글이 담긴 이메일을 보내고 격주 수요일을 '가정의 날'로 정해 오후 6시 퇴근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은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하나대투증권 관계자는 "작년 순이익이 580억원이었는데 올해 12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내년에는 300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