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10·4 공동선언을 통해 한강 하구를 공동 개발·활용키로 한 것과 관련,국책연구기관인 국토연구원이 한강 하구에 남북 공동항만을 개발하는 등의 개발방안을 제안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제안 가운데 상당수가 이번 공동선언에 포괄적으로 언급된 내용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방안들이어서 앞으로 정책에 반영될지 주목된다.

8일 건설교통부와 국토연에 따르면 지난달 국토연은 '한강하구 및 서해 남북접경수역의 평화적 활용방안' 보고서를 통해 △한강 하구에 개성공단과 서울 서북부의 물류를 공동 처리하는 남북공동항만을 개발하고 △북한을 잇는 연륙교를 설치해 원활한 물류이동을 유도하고 △생태관광을 추진하는 내용 등을 제안했다.

◆교동도에 남북 공동항만 개발


이 보고서는 우선 남북 공동항만의 유력 후보지로 교동도 서측지역과 파주 오두산 등을 꼽았다.

다만 한강 하구는 인천항에 비해 중·대형 선박의 접안이 불리한 만큼 더 특성화된 항만으로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김포·강화 등과 북측 개풍을 연결하는 교량을 만들고,북한지역과 교동도,강화도 등을 잇는 연륙교를 설치해 서북부 지역의 물류이동 통로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이와 함께 이번 10·4 공동선언에 담긴 남북 공동어업협력구역을 설치하는 것과 어족을 육성하는 바다목장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방안 등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북측과의 협의에 따라 한강하구 통행이 가능해지면 '벽란도~교동항~강화나루~김포나루~파주나루' 등을 잇는 한강유람선 운항도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철새도래지에 대한 생태관광과 임진강 유역의 역사·문화탐방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한강하구 모래 준설작업 우선

보고서는 이들 개발방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한강 하구에 대한 준설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곳엔 토사가 두껍게 쌓여 있어 모래 등을 파내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선박이 운항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이번 10·4 공동선언에는 모래 등 준설방안이 포함돼 정부가 보고서에서 제안한 개발 시나리오를 채택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또 이번 방북단에 특별수행원으로 참여했던 권홍사 대한건설협회장은 "고속도로,조선소 건설 등 SOC 건설에 따른 남북경협 사업에 필요한 공사대금을 한강과 임진강 하구의 골재 채취권 등을 통해 충당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할 방침"이라고 밝혀 주목된다.

현재 한강 하구에 쌓인 모래 등 골재부존량은 10억8000만㎥으로 수도권에서 24년간 사용할 수 있는 분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특히 준설작업이 가시화되면 임진강 수위가 1m 정도 낮아져 수해방지에도 효과가 있다는 게 정부 측의 판단이다.

◆백령도 등 접경수역 병행개발도 제시


한강 하구와 직접적으로 연계되는 서해 남북접경 수역에 대한 공동이용방안도 국토연 보고서에 담겨 있다.

예컨대 백령도에는 중국의 주요 항만과 연결이 가능하므로 국제항로로 이용하거나 천혜의 관광자원을 활용한 관광거점지구로 육성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보고서는 또 해주 경제특구와 가장 가까운 연평도에는 남북한 물류교류센터와 수산양식협력 및 수산업 기술교류협력을 위한 연구소 설치도 제안하고 있다.

교동도는 수도권과 해주를 잇는 대규모 물류유통센터를 설립하거나 광활한 연백평야를 기반으로 한 농업개발·농업기술센터 설치,갯벌생태공원 조성 등이 유망한 것으로 평가됐다.

보고서를 만든 국토연 김영봉 연구위원은 "한강 하구와 서해 접경수역 공동활용방안에 대해서는 이미 이론적·실무적 연구가 충분히 축적돼 있다"며 "앞으로 남북간 협의와 논의가 활발해지면 연구방안 가운데 상당수가 구체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