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시스템 이대론 안된다] (中) 감독기관 밥그릇 싸움에 금융회사만 '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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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화재는 지난 8월 말부터 9월19일까지 3주간 금융당국의 정기 검사를 받느라 홍역을 치러야 했다.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 검사였기 때문이다.
검사 인력만 20명.금감원에서 11명의 검사 인력이 투입됐고 예보에서 9명이 들이닥쳤다.
금감원과 예보가 맺은 공동 검사에 관한 양해각서(MOU)에는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사한 검사 자료는 중복 징구하지 않고 동일한 장소에서 검사를 실시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금감원과 예보는 각각 따로 방을 만들었고 회사 측은 양쪽에 각각의 자료를 제출했다.
비슷한 시기 교보생명에 대한 금감원 정기 검사에도 예보가 전격적으로 참여했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부실위험도 없는데 예보가 왜 검사에 참여하느냐"고 묻자 예보 관계자들은 "예금자 보호법에 근거해 예보도 검사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보는 과거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권고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등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에 대해 주로 검사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사 영역을 멀쩡한 금융회사로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7월 금감원과 예보가 공동 검사에 관한 MOU를 개정하면서 예보의 위력은 한층 세졌다.
그동안 금감원 검사 일정에 맞춰 공동 검사에 참여했지만 이제는 금감원의 검사 계획이 없더라도 예보가 수시로 요구하면 언제든지 공동 검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감원도 예보의 검사권 강화를 마뜩찮게 여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수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또 다른 감독기관이 가세함으로써 '금융 검찰'로서의 위상과 헤게모니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회사의 검사·감독권을 둘러싼 감독기관 간 '밥그릇 싸움'으로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2006년 말 금감원과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의 외화대출에 대해 공동 검사를 실시했다.
당시 한은은 은행들에 여신총량뿐만 아니라 개별여신 자료까지 요청했다.
이에 금감원은 "통화신용 정책을 수립하는 한은이 전체 여신만 파악하면 되지 개별여신까지 들여다 볼 이유가 없다"며 은행에 자료를 제출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양 기관 간 대립으로 공동 검사가 파행으로 치닫자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면서 한은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필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검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한은의 요구가 지난 7월 금감원과 한은 간 공동 검사 MOU에 반영됐다.
이로써 한은은 1998년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립 이후 빼앗겼던 은행에 대한 독자적인 검사권을 되찾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한 검사권을 갖게 되면 과거 한은 내에 있던 은행감독원을 떼어내 별도 통합감독기구를 설립한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상전만 늘어난 꼴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공식적인 검사기관만 금감원 예보 한은 등 3곳이다.
최근에는 자금세탁과 관련해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감사원도 시중은행에 자료 제출을 요구해 은행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금리와 수수료 등의 담합을 적발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감안하면 은행들은 1년 내내 검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은행이 아무리 공공기관 성격이 있다지만 감독기관의 중복 검사 및 감사는 해도해도 너무하다"며 "감독기관의 영역다툼에 금융회사의 부담만 이래저래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시스템이 시장 중심의 감독이 아니라 감독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위(원) 내에서의 밥그릇 싸움도 여전하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 실태에 관한 특별검사를 벌였다.
이후 8월 중순 금감원은 "8개 은행의 157개 지점에서 대출고객을 상대로 펀드 가입을 강요한 사례 358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3개월 동안 검사해 적발한 건수가 고작 358건에 불과하다니…"라는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펀드판매 실태조사는 은행검사국에서 주축이 되고 증권검사국에서는 1~2명이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증권검사국이 3개월간 은행 지점을 샅샅이 뒤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다.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판매) 실태조사 역시 은행검사국이 주축이 되고 보험검사국은 곁다리로 참여한다.
한때 "방카슈랑스와 펀드는 각각 보험과 증권 영역이며 따라서 검사권한도 보험검사국과 증권검사국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은행검사국은 "그렇게 따지면 보험사 대출도 은행검사국에서 검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날을 세운 적도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별 감독체계를 갖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실무자들의 팔이 자연히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가령 보험감독국은 보험사를,증권감독국은 증권사를 '자기 식구'로 간주하고 보호하려는 습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행 권역별 감독 체계를 기능별 감독으로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
금융감독원과 예금보험공사의 공동 검사였기 때문이다.
검사 인력만 20명.금감원에서 11명의 검사 인력이 투입됐고 예보에서 9명이 들이닥쳤다.
금감원과 예보가 맺은 공동 검사에 관한 양해각서(MOU)에는 '금융회사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사한 검사 자료는 중복 징구하지 않고 동일한 장소에서 검사를 실시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금감원과 예보는 각각 따로 방을 만들었고 회사 측은 양쪽에 각각의 자료를 제출했다.
비슷한 시기 교보생명에 대한 금감원 정기 검사에도 예보가 전격적으로 참여했다.
"공적자금이 들어간 것도 아니고 부실위험도 없는데 예보가 왜 검사에 참여하느냐"고 묻자 예보 관계자들은 "예금자 보호법에 근거해 예보도 검사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보는 과거 공적자금이 투입됐거나,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권고 등 적기시정조치를 받는 등 부실 우려가 있는 금융회사에 대해 주로 검사권을 행사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검사 영역을 멀쩡한 금융회사로까지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7월 금감원과 예보가 공동 검사에 관한 MOU를 개정하면서 예보의 위력은 한층 세졌다.
그동안 금감원 검사 일정에 맞춰 공동 검사에 참여했지만 이제는 금감원의 검사 계획이 없더라도 예보가 수시로 요구하면 언제든지 공동 검사를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감원도 예보의 검사권 강화를 마뜩찮게 여긴다.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의 수검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속내는 또 다른 감독기관이 가세함으로써 '금융 검찰'로서의 위상과 헤게모니가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금융회사의 검사·감독권을 둘러싼 감독기관 간 '밥그릇 싸움'으로 금융회사들의 부담이 날로 커지고 있다.
2006년 말 금감원과 한국은행은 시중은행의 외화대출에 대해 공동 검사를 실시했다.
당시 한은은 은행들에 여신총량뿐만 아니라 개별여신 자료까지 요청했다.
이에 금감원은 "통화신용 정책을 수립하는 한은이 전체 여신만 파악하면 되지 개별여신까지 들여다 볼 이유가 없다"며 은행에 자료를 제출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양 기관 간 대립으로 공동 검사가 파행으로 치닫자 청와대가 중재에 나서면서 한은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필요한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수시로 검사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한은의 요구가 지난 7월 금감원과 한은 간 공동 검사 MOU에 반영됐다.
이로써 한은은 1998년 통합 금융감독기구 설립 이후 빼앗겼던 은행에 대한 독자적인 검사권을 되찾게 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은이 시중은행에 대한 검사권을 갖게 되면 과거 한은 내에 있던 은행감독원을 떼어내 별도 통합감독기구를 설립한 취지가 무색해지는 결과"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상전만 늘어난 꼴이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우 공식적인 검사기관만 금감원 예보 한은 등 3곳이다.
최근에는 자금세탁과 관련해 재정경제부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감사원도 시중은행에 자료 제출을 요구해 은행의 불만을 사고 있다.
금리와 수수료 등의 담합을 적발하기 위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까지 감안하면 은행들은 1년 내내 검사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은행이 아무리 공공기관 성격이 있다지만 감독기관의 중복 검사 및 감사는 해도해도 너무하다"며 "감독기관의 영역다툼에 금융회사의 부담만 이래저래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감독 시스템이 시장 중심의 감독이 아니라 감독기관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감위(원) 내에서의 밥그릇 싸움도 여전하다.
금감원은 지난 4월부터 3개월간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 실태에 관한 특별검사를 벌였다.
이후 8월 중순 금감원은 "8개 은행의 157개 지점에서 대출고객을 상대로 펀드 가입을 강요한 사례 358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당시 금융계에서는 "3개월 동안 검사해 적발한 건수가 고작 358건에 불과하다니…"라는 반응이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의 펀드판매 실태조사는 은행검사국에서 주축이 되고 증권검사국에서는 1~2명이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만약 증권검사국이 3개월간 은행 지점을 샅샅이 뒤졌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란 얘기다.
방카슈랑스(은행의 보험판매) 실태조사 역시 은행검사국이 주축이 되고 보험검사국은 곁다리로 참여한다.
한때 "방카슈랑스와 펀드는 각각 보험과 증권 영역이며 따라서 검사권한도 보험검사국과 증권검사국에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자 은행검사국은 "그렇게 따지면 보험사 대출도 은행검사국에서 검사를 해야 되는 것 아니냐"며 날을 세운 적도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은행 보험 증권 등 권역별 감독체계를 갖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실무자들의 팔이 자연히 안으로 굽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가령 보험감독국은 보험사를,증권감독국은 증권사를 '자기 식구'로 간주하고 보호하려는 습성이 강하다는 것이다.
현행 권역별 감독 체계를 기능별 감독으로 완전히 뜯어고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