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별로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투자은행(IB) 업무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관련 업무를 어느 계열사로 모으는 게 바람직한지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일단 하나금융지주는 증권 위주의 IB 육성에 '올인'한 반면 신한,우리금융지주는 은행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지주사별 전략이 상이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현재 영업수익은 은행 IB가 훨씬 많고 잠재력 역시 크다.

하지만 자본시장통합법 통과로 중장기적으로 증권 IB의 발전 가능성도 부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IB업무를 증권 위주로 키우기 위해 지난 6월 말 하나증권을 하나은행 IB부문과 통합해 하나IB증권으로 출범시켰다.

하나은행은 IB팀 10명을 증권으로 배치,교통정리를 끝냈다.

장하원 하나금융연구소장은 "IB를 확실히 키우기 위해 IB 전문 증권사를 세우기로 했다"며 "하나IB증권은 은행의 강점과 증권의 강점을 모두 갖추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신한 등은 은행은 은행대로,증권은 증권대로 IB업무를 강화하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우리에겐 미국식 투자은행보다는 상업은행(커머셜뱅크)과 투자은행 업무가 복합된 유럽식 모델이 적합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현재는 IB 발전 초기인 만큼 은행과 증권이 강점을 지닌 영역에서 각각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게중심은 은행에 쏠려있다.

우리투자증권과 굿모닝신한증권의 IB 조직이 은행 본점에 입주해 있는 점이 간접적인 증거다.

이는 규모면에서 은행은 증권사의 10배에 달하는 영업수익을 올리고 있으며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IB부문 영업수익이 2004년 1085억원에서 지난해 2328억원까지 확대됐으나 우리투자증권은 2004년 370억원,2005년 348억원,2006년 509억원 등으로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다.

홍대희 우리은행 IB담당 부행장은 "세계적 IB인 골드만삭스를 보면 자기자본투자(PI)에서 대부분의 이익을 내고 있다"며 "자금동원 능력이 있는 은행 IB가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이휴원 신한은행 IB담당 부행장도 "자본도,인력도 은행에 있다"며 "앞으로는 지주사 밑에서 은행과 증권이 하나의 조직으로 합쳐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현재는 은행 IB 중심으로 발전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은행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IB업무는 증권사의 고유 업무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경우 위탁매매에 치중해 자금동원력과 네트워킹 능력이 떨어진다"며 "IB의 핵심 역량이 자금동원력과 네트워크 능력,리스크 관리 상품 개발 능력 등임을 감안할 때 현 시점에선 증권사보다 은행이 IB에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다만 은행의 경우 내부 리스크관리 규정이 엄격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이 문제는 IB가 지주회사의 자회사 형태로 떨어져 나온다면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대희 부행장도 "도이치뱅크나 씨티뱅크처럼 은행 위주로 IB 몸집을 키운 뒤 향후 은행을 상업은행과 IB은행 조직으로 나누고 IB은행은 증권 IB와 통합해 지주회사 밑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