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장에서 현대자동차보다 경쟁 업체들의 어려움이 더 클 것이다." "중국 시장에선 추가 가격 인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현재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지만 장기 전망은 비관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현대차가 미국과 중국에서 올해 연간 판매 목표를 각각 55만대에서 51만대,31만대에서 26만대로 하향 조정했을 정도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정 회장은 8일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지원 활동을 위해 프랑스 파리로 출국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기자와 만나 "국제 유가가 80달러 선을 오르내리는 데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로 인해 미국 시장이 침체됐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내부 문제보다는 외부 변수가 시장을 쥐락펴락하고 있다는 점을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도요타 등 경쟁 업체들이 현대차보다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는 시각도 있다"며 "현대차는 연간 400만대를 생산하지만 도요타는 1000만대를 생산한다"고 강조했다.

현재와 같이 자동차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생산 규모가 큰 업체의 타격이 더 심각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는 도요타의 판매량이 전년 동월 대비 4.4% 감소하는 등 시장 규모가 2.9% 줄어들었지만 현대차는 판매 감소율이 0.5%에 그쳤고 기아차는 판매량이 오히려 0.9% 늘어났다.

고유가가 지속되고 소비가 침체된 상황에서 가격이 비싸고 연료 소비가 많은 대형차와 픽업 트럭보다는 중·소형차 쪽으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또 "중국 시장에서 추가적인 가격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정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현대차가 지난달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월간 판매량 2만대를 넘기는 등 중국 시장에서 최악의 상황은 벗어났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는 올해 초부터 중국 시장에서 도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본격적인 시장 확대에 나선 데다 각 업체들이 15% 이상 가격을 내리면서 판매량이 감소하자 지난달 엘란트라,EF쏘나타 등의 가격을 낮췄었다.

여수엑스포 유치위원회 명예위원장을 맡고 있는 정 회장은 프랑스 영국 벨기에 등지를 돌며 90여개 국의 세계박람회기구(BIE) 대사들을 상대로 여수 엑스포 유치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이어 11일과 12일에는 슬로바키아와 체코를 방문,각국 정부 최고위 인사와 면담한 뒤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