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금융 수출이다] 환란이후 강력한 구조조정…해외경쟁력 업그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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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회사들이 외국으로 몰려가고 있다.
투자은행(IB)을 외치고 있는 은행이나 증권사뿐이 아니다.
보험사 캐피털회사 카드사 저축은행 등 금융업을 한다고 하는 회사는 모두 눈을 밖으로 향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국내 시장은 포화 상태다.
국내 금융회사만으로도 넘쳐나는 상황인데 외환위기 이후 10년을 거치면서 내로라하는 외국 금융회사들은 모두 다 국내 금융시장에 뛰어들었다.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그야말로 '웬만해선 먹고 살기 힘든 판'이 돼 버렸다.
실제 은행 수익성의 핵심 잣대인 순이자 마진(NIM) 추이만 봐도 그렇다.
2005년 4분기 2.81%이던 순이자 마진은 6분기 연속 하락,올 2분기에는 2.47%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005년 10월 콜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 올 8월까지 모두 7차례에 걸쳐 금리를 올렸지만 순이자 마진폭은 크게 줄어든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은행들은 예금금리는 천천히 인상하는 대신,대출금리는 가파르게 올림으로써 마진폭을 확대하는 것은 이제 옛일이 돼 버렸다.
은행 간 경쟁 격화에 따라 대출금리는 크게 못 올린 반면,하루만 맡겨도 연 5% 가까이 금리를 쳐주는 증권사 자산관리계좌(CMA)에 대항하기 위한 고금리 예금을 늘린 탓으로 분석된다.
"은행권의 수익성 악화가 단기간에 해소될 것 같지 않다"는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우려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반면 해외 시장은 국내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성장률이 기대되고 있다.
특히 중국 동남아 중앙아시아 인도 동유럽 등 개발도상국에서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최고 한국(5%)의 두 배에 달하는 데다,금융 부문의 발전 속도는 이보다 더 가파를 것이라는 예상이다.
중국의 경우 현재 GDP 성장률은 10% 안팎이지만 보험산업의 연간 성장률은 2020년까지 최고 17.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재 해외 부문의 비중인 낮다는 것은 제약이기도 하지만 기회로도 작용하고 있다.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주요 은행의 해외 부문 비중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
반면 씨티 BNP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HSBC 와코비아 BOA 등 세계 유수의 상업은행들은 수익의 3분의 1을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강력한 구조조정으로 경영이 건실해진 것도 해외 진출의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의 경우 1999년 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이 7.04%였으나 이제 13%에 육박하고 있으며,고정이하 여신은 12.9%에서 0.8%까지 낮아졌다.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금융당국도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당국은 업계 및 전문가들과 함께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해외 진출 지원 방안을 만들고 있다.
해외 지점 설치 자유화,해외 점포 충당금 적립 기준 완화,금융지주회사의 외국 금융회사 인수 허용,사모펀드(PEF)의 해외 투자 규제 완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문제는 해외 진출 방식이다.
미국 기업의 해외 진출 및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글로벌화에 성공한 골드만삭스의 카를로스 코데이로 부회장은 정작 "한국의 금융회사가 또 다른 골드만삭스가 되려고 해선 안 될 것이다.
각자 장점을 파악해 틈새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미국 씨티은행처럼 '기업 금융시장 침투,소매금융 확대,M&A 활성화' 방식으로는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분석했다.
단기간에 성장하기 위해서는 대형 은행 중심으로 해외 현지 은행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한은의 견해다.
한편 금융계의 '떼거리 문화'를 경계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너도 나도 중국과 동남아,중앙아시아에 진출하겠다고 하니 벌써부터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서병호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해외 진출은 대규모 투자를 동반하는 중대한 결정사항으로 자칫 회사의 운명이 갈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회사의 규모나 인적 자산이 부족하고 해외 사업을 통해 뚜렷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면 진출보다는 재무투자를 고려하는 편이 낫다"고 제시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