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한 국내 은행의 아시아지역 현지법인이 해외 진출 몇 개월 만에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을 제치고 상당한 규모의 IB(투자은행)사업을 따내 수백만달러의 수수료 수입을 올린 적이 있다.

이번 딜에서 따낸 예상 순이익은 그와 비슷한 규모의 국내 점포가 전통적인 은행 업무를 통해 부단히 노력해도 달성하는 데 2~3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그 당시 국내에서는 주택담보대출이 크게 증가해 리스크가 커지고 예대마진은 축소되는 등 수익창출 능력이 줄어드는 상황이었다.

국내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 목적 중 하나는 이처럼 국내에서 향유하기 어려운 고수익원을 해외에서 보다 쉽게 찾기 위한 것이다.

국내 경제가 과거와 같이 높은 경제성장을 이루던 시기는 지났다.

금융산업의 성장률도 과거와는 다르며 국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고수익에는 하이 리스크가 동반하지만 씨티은행이 고도 성장기인 1960년대에 우리나라에 진출·토착화한 후 한미은행을 인수한 것과 같이 국내 은행들도 10여년 또는 20여년 전 우리나라와 유사한 국가들을 찾아갈 필요가 있다.

아직 구미 선진국 금융업에 비해 전반적 수준에서는 열위에 있지만,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한 단계 높아진 우리 금융업이 상대적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와 국가를 이제는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개방하고 있는 아시아 신흥개발국가들의 경우 지리적인 이점과 문화적 유대감이 상대적으로 높고,고도 성장 경험도 유사하다.

해외 진출은 수익구조 다변화에도 기여한다.

이자 수익 및 위탁수수료 수입에 주로 의존하는 은행과 증권회사들이 해외 사업 확대를 통해 다양한 수익원을 찾기 시작했다.

홍콩의 IB시장 진출,일부 국가에서의 부실채권 시장 진출,외국계 금융회사와의 합작 및 현지 은행 인수 방식의 진출 등은 신시장 개척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 시도의 예가 될 것이다.

또 해외 진출은 수익이 발생하는 지역의 다변화를 가져오기도 하는데,이러한 수익구조 및 수익지역 다변화는 그 자체가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분산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해외 진출의 궁극적인 목표는 글로벌 경쟁력의 확보다.

우리가 벤치마킹하고자 하는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세계화를 이루고 있다.

국내 은행의 해외 자산 비중은 2006년 말 현재 2.5%에 그치고 있는 반면 도이치뱅크 UBS 등의 해외 자산 비중은 70%를 넘는다.

또한 해외 자산 비중이 높은 선진 금융회사에서 보듯이 글로벌 경쟁력의 기본인 대형화를 국내 시장을 통해서 달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해외 진출을 통해 고수익원을 남들보다 먼저 찾아내고 세계를 무대로 다양한 국가에서 다양한 형태로 금융업을 성공적으로 영위해 나갈 때 비로소 대형화가 이뤄질 것이다.

금융산업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산업으로서 영국 등 선진국들이 중점 육성하고 있는 중추 서비스산업이다.

우리 정부도 신성장동력을 창출하는 한 축으로,금융업 육성을 통한 동북아 금융 허브 구축에 매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금융산업 및 금융 환경과 관련한 각종 제도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금융업과 국내 금융회사의 경쟁력 향상을 도모하고 있다.

이는 국내 시장 금융 허브화의 기본 요건인 동시에 금융회사의 경쟁력 있는 해외 진출의 밑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