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운나 한국정보통신대(ICU) 총장이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의 통합에 반발해 전격 사퇴했다.

허 총장은 2004년 취임한 이후 ICU 입학생 성적을 KAIST,포스텍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정보기술(IT) 업계의 주목을 받아온 인물이다.

ICU는 8일 정보통신연구진흥원(IITA) 서울사무소에서 개최된 제45회 이사회가 끝난 직후 허 총장이 학교법인 한국정보통신학원 측에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허 총장의 공식 임기는 내년 5월까지다.

ICU는 우여곡절 끝에 1998년 IT 인재 육성을 위해 정보통신부 주도로 설립됐지만 정부가 사립대학의 운영금을 지원하는 방식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과학기술부가 주도해 설립한 KAIST와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취임한 유영환 정통부 장관은 지난 8월 말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ICU와 KAIST를 통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그 이후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타왔다.

허 총장이 갑작스럽게 사표를 낸 것은 KAIST와 ICU의 통합 여론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ICU 재학생들까지 KAIST로의 흡수 통합을 지지하며 허 총장의 사퇴를 종용하기 시작하자 대세를 거스르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게 학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ICU의 한 관계자는 "허 총장은 ICU가 정부의 재정 지원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다 점진적으로 기업 등 민간에 학교의 경영권을 이양해야 100% 영어강의,국제화 등 ICU의 개혁 드라이브가 결실을 맺을 것이라는 지론을 가지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허 총장의 사표 수리 여부는 임시 이사회를 재차 개최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다음 이사회 일정은 잡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허 총장의 사표 제출과 관련,"수리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만큼 총장 직무에 최선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학교법인 한국정보통신학원은 이날 허 총장의 사표 제출 이전인 오후 1시30분 IITA 서울사무소에서 45차 이사회를 개최하고 이사장 직무대행에 황주명 변호사를 선임했다.

ICU 이사장직은 노준형 전 정통부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후 한 달가량 비어 있었다.

이날 ICU 이사 중 한 명인 최휘영 NHN 대표도 이사직을 사퇴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