兪 炳 圭 < 현대경제연구원 상무 >

남과 북의 정상회담 이후 남북 경협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

이번 회담의 가장 큰 경제적 성과는 남북 간 경제 협력 증진의 실현성을 높여준 점이다.

경제 협력 확대의 기본 토대가 되는 공단,철도,도로,항만과 같은 사회간접자본(SOC)을 확충하는 데 이전보다 구체적인 합의를 보았기 때문이다.

북한 SOC 투자가 계획대로 실현된다면 북한은 물론 남한도 경제적 실익을 얻는다.

북한은 무엇보다 자립적으로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경제적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주민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대외신인도가 향상되면 경제 발전의 선순환 구조도 확립될 것이다.

남한은 일단 대북(對北) SOC 투자 사업에 대한 시행자로서 수익을 얻는다.

북한 SOC가 개발되면 이에 활용되는 남한의 자동차 등 제조업과 통신이나 물류와 같은 서비스업의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합의된 투자 사업들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여건을 남북한이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투자 주체인 남쪽의 준비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정부 재원(財源)이 소요되는 북한 SOC 투자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대한 정부 투자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막대한 외부 효과를 창출하는 '공공재'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누구나가 인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북한 SOC에 대한 지원은 한반도의 긴장을 완화하고 북한의 경제 성장을 유도하여 통일 비용을 절감하고,국내 기업들에 대북 사업 기회 제공과 같은 외부 효과를 유발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대북 지원 사업의 기본 원칙도 명확히 세워봄직하다.

대북 지원 사업에 대한 국내 의견은 각계각층의 이해관계에 따라 너무나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다 충족시킬 수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대북 지원 사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이에 따라 단계별로 최대한의 지원을 하는 '기간별 Min-Max 원칙'을 설정하는 것이다.

남쪽이 준비해야 할 또 다른 과제는 SOC 투자에 충당할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기업이 투자를 주도하게 하고 정부는 기업이 다양한 방법으로 국내외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주력하는 기업과 정부 간의 '대북 투자 자금 확보를 위한 협력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기업이 '통일 펀드' 등을 조성할 수 있도록 한시적이나마 이에 대한 금융 세제상의 혜택을 부여하는 것이 자금 확보를 위한 민관 협력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남쪽이 투자 의지를 다지고 자금까지 확보하더라도,북쪽의 투자 지역이 활짝 열리지 않으면 투자는 불가능하다.

결국 최종적으로 투자의 실현 여부는 북한의 개발 의지에 달려 있는 셈이다.

남측의 '통 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남한 기업가들이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자유로운 3통(통신,통행,통관)의 허용과 같이 그야말로 '통 크게' 투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SOC 투자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미,북·일 간 수교가 정상화됨에 따라 갈수록 세계적 주목을 받을 것이다.

영국의 한 투자사가 이미 '조선개발투자펀드'를 조성한 것은 이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급변하는 세계 정세 흐름을 감안하고 남북한 경제공동체를 원한다면 대북 SOC 투자는 정권 차원을 떠나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사업임에 틀림이 없다.

남북한의 통 큰 투자와 투자 여건 조성을 위해서는 양자 간 굳건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길밖에 없다.

요즈음 개성공단을 드나들며 우연히 보게 된 남쪽 안내원과 북측 여종업원의 언니 동생하는 각별한 친분 관계는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자주 만나고 서로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절로 친밀한 관계가 이뤄졌다고 한다.

신뢰는 잦은 만남과 작은 사업이라도 하나씩 실현하는 것을 통해 쌓이게 된다.

긴 역사적 안목으로 각 사업들을 하나씩 충실하게 성사시켜 나가는 남북 측의 진지한 노력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