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조성해 온 바이오 클러스터(산업집적단지)가 정부 각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의 실적 경쟁 탓에 중복 투자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때문에 클러스터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시너지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예산 낭비 또한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안명옥 의원(한나라당·비례대표)은 보건복지부와 산업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지역 바이오클러스터 조성사업 추진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국 16개 시·도에 설립된 바이오 클러스터가 총 34개에 달한다고 9일 밝혔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 클러스터 조성에는 총 1조2812억원이 투자됐으며 이 중 46%가량(5977억원)은 국고에서 지원됐다.

참여정부 들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본격화된 것을 감안하면 단기간에 양적으로는 괄목할 만한 실적이다.

그러나 각 클러스터들의 설립 취지나 사업 내용을 살펴보면 과잉·중복 투자가 심각하다고 안 의원은 지적했다.

예컨대 충북 지역의 경우 총 5373억원을 투입해 △오송 생명과학단지 △생명의약·식품 지역기술혁신센터 △보건의료산업 종합지원센터 △전통의약품 연구개발 지원센터 등 총 4개의 바이오 클러스터가 들어서 있다.

이 중 전통의약품 연구개발 지원센터를 제외한 나머지 3개 클러스터는 주요 사업이 △장비 활용 △공동 연구 △교육 훈련 등으로 별 차이가 없었다고 안 의원은 지적했다.

심지어 춘천 전주 나주 화순처럼 1개 시·군에 2개의 클러스터가 조성된 경우도 있었다.

이처럼 바이오 클러스터가 난립하고 있는 것은 산업자원부 보건복지부 과학기술부 등 정부 관련 부처들과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실적 과시를 위해 사업 타당성에 대한 충분한 검토 없이 클러스터 조성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고 안 의원은 분석했다.

사업 초기 바이오 산업의 중심에 있어야 할 보건복지부와 보건산업진흥원이 제대로 조정자 역할을 했더라면 예산 낭비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 의원은 덧붙였다.

이런데도 보건복지부는 바이오 클러스터의 실상도 파악하지 못한 채 오송 생명과학단지와 10대 질병 정복 메디클러스터 구축 사업에만 관심을 갖는 등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정부 내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무총리 산하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는 지난해 6월 개최한 회의에서 국내 바이오(의료) 클러스터 현황에 대해 "의료서비스,제약,의료기기 등 하위 산업 간의 연관 관계뿐 아니라 연구개발에서 생산,판매 등으로 이어지는 기업 활동 흐름 상의 시너지 효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바이오 클러스터의 핵심 주체라 할 수 있는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반응도 싸늘하다.

한 벤처캐피털의 바이오투자 담당 심사역은 "바닷가는 해양바이오,농촌 지역은 농업바이오 식으로 이름을 내걸고 있는데 실제로 가 보면 별 차이가 없다"며 "건물 몇 개에 공동 실험 장비를 들여놓고 나 몰라라하는 생색내기용 클러스터들이 난립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다른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클러스터가 성공하려면 신약 후보물질 도출,임상,판매·마케팅 등 서로 다른 역할을 하는 전문업체들이 한 곳에 모여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그러나 클러스터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런 부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며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바로 옆 기업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