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에게 듣는다] ① 로버트 실러 美예일대 교수 ‥ "美집값 하락이 세계 자본시장 판도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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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학에게 듣는다] ① 로버트 실러 美예일대 교수 ‥ "美집값 하락이 세계 자본시장 판도 바꿔"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61)는 요즘 바쁘다.
의회에서,행정부에서,각종 학회에서 서로 모시려고 난리다.
주택경기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는 집값 하락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마당이라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특히 주목을 끈다.
실러 교수는 지난 5일 코네티컷주 뉴헤이번의 예일대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미국으로 몰려들던 글로벌 자금이 유럽과 이머징마켓으로 분산되는 등 세계 자본시장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 경기침체를 막을 보루는 역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라면서 "기준금리를 연 1.0% 이하 수준으로 내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하영춘 뉴욕 특파원
-미국 주택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주택경기 붐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상 최대 호황이었습니다.
물론 2차대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군인들이 가정을 꾸리고 집을 사면서 지금과 비슷한 정도로 주택경기가 활황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와 최근 주택경기 붐은 원인이 다릅니다.
2차대전 후에는 실수요에 의한 붐이었던 반면 최근 주택경기 붐은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어요.
심리적 요인이 사그라지면 부풀어 올랐던 거품도 걷힐 수밖에 없습니다."
―2000년 펴낸 '비이성적 과열'이란 책에서 정보기술(IT)거품 붕괴를 예견하셨는데요.
그때 상황과 비교하면 지금은 어떻습니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당시 '폰지게임(Ponzi game·먼저 투자한 사람이 뒤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을 말아먹는 방식의 사기)'의 예를 들었습니다.
부동산시장이나 증시나 일단 버블이 생기면 일정한 돈이 꾸준히 유입돼야만 버블이 유지돼요.
어떤 이유로든지 자금유입이 줄어들면 거품은 순식간에 꺼집니다."
-집값 하락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전국 집값은 평균 86% 올랐습니다.
반면 2005년을 정점으로 2년 동안 고작 6.5% 하락하는 데 그쳤어요.
집값 하락이 이제 시작 단계일 뿐 끝이 아니란 얘기죠.물론 조정 기간과 조정폭이 어느 정도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하락폭이 클 경우 미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집값 상승이 사상 최대란 점에서 하락에 따른 부작용도 대공황 이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으로 미국 집값 하락폭을 어느 정도로 봅니까.
"내년엔 10%가량 떨어질 겁니다.
내년에 하락세가 끝나면 좋지만 좀 더 이어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구체적으론 3~5년 동안 20~3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경기에 대한 타격도 상당히 클 텐데요.
경기침체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주택경기 침체는 소비 등에 곧바로 타격을 주게 됩니다.
내년의 경우 경기침체 가능성이 5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번 주택경기 침체가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지요."
-주택경기와 경기침체를 막을 순 없는 건가요.
"전망이 단지 그렇다는 것입니다.
침체를 막기 위한 열쇠는 역시 FRB가 갖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금리인하죠.금리를 언제,어느 수준으로 내리느냐가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겁니다."
-그렇지만 FRB는 원래 '인플레이션 파이터들'의 집단 아닙니까.
8월 고용지표마저 조정된 마당에 금리를 내리려 하겠습니까.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지난 9월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것은 다음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는 게 옳습니다.
더욱이 FRB는 2003년 기준금리를 연 1%까지 낮춘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벤 버냉키 의장은 당시 FRB 이사였죠.버냉키 의장은 '헬리콥터 벤'(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서 붙여진 별명)이란 별명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글로벌 주택경기는 어떻게 보고 있으신지요.
"주택경기는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려왔어요.
물론 시차와 정도의 차이는 있었습니다.
영국 등 유럽 일부 지역은 일찍부터 집값이 오른 상태이고,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 국가의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죠.한국은 좀 늦게 시작한 경우죠.미국이 가장 심해서 가장 먼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 주택경기가 조정을 거칠 경우 글로벌 주택경기도 영향을 받는 게 불가피합니다."
-아시아 국가의 주택경기는 어떻습니까.
"한국은 주택경기 활황이 좀 늦게 시작해서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폭락보다는 점진적인 조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는 집값이 많이 올라 거품이 상당히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 따른 신용위기 이후 세계 자본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자금 흐름 측면에서 보면 미국에 들어와 있던 자금이 이머징마켓이나 유럽 등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경기가 나빠지고 달러화마저 약세를 보이면 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와 자산의 위상이 흔들립니다.
미 국채에 투자한 외국 중앙은행들도 달러화 자산을 서서히 유로화 자산으로 바꾸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이머징마켓으로 이동하는 돈도 많아질 겁니다.
글로벌시장 전체적으론 당분간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생상품이나 헤지펀드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발전 모델입니다.
일부에서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을 지적하지만 성장동력은 여전히 튼튼하다고 봅니다.
더욱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남북정상회담도 일정한 성과를 거둬 '북한'이라는 최대 변수가 보다 안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로선 당연히 환호할 일이고,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인 투자 포트폴리오가 궁금한데요.
"전체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해외 주식입니다.
부동산 비중은 줄여왔고요.
이머징마켓에 투자해서 성과가 좋았습니다.
개인이 이럴진대 돈이 이머징마켓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hayoung@hankyung.com
의회에서,행정부에서,각종 학회에서 서로 모시려고 난리다.
주택경기 최고 전문가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는 집값 하락으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지도 모른다"고 경고한 마당이라 그의 일거수 일투족은 특히 주목을 끈다.
실러 교수는 지난 5일 코네티컷주 뉴헤이번의 예일대 연구실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주택가격 하락은 이제 시작 단계일 뿐"이라며 "미국으로 몰려들던 글로벌 자금이 유럽과 이머징마켓으로 분산되는 등 세계 자본시장 판도에 상당한 변화가 초래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미국 경기침체를 막을 보루는 역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라면서 "기준금리를 연 1.0% 이하 수준으로 내리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담=하영춘 뉴욕 특파원
-미국 주택경기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1997년부터 시작된 주택경기 붐은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사상 최대 호황이었습니다.
물론 2차대전 이후 고향으로 돌아온 군인들이 가정을 꾸리고 집을 사면서 지금과 비슷한 정도로 주택경기가 활황을 보였습니다.
그렇지만 당시와 최근 주택경기 붐은 원인이 다릅니다.
2차대전 후에는 실수요에 의한 붐이었던 반면 최근 주택경기 붐은 심리적인 요인이 더 크게 작용했어요.
심리적 요인이 사그라지면 부풀어 올랐던 거품도 걷힐 수밖에 없습니다."
―2000년 펴낸 '비이성적 과열'이란 책에서 정보기술(IT)거품 붕괴를 예견하셨는데요.
그때 상황과 비교하면 지금은 어떻습니까.
"비슷하다고 할 수 있죠.당시 '폰지게임(Ponzi game·먼저 투자한 사람이 뒤에 투자한 사람들의 돈을 말아먹는 방식의 사기)'의 예를 들었습니다.
부동산시장이나 증시나 일단 버블이 생기면 일정한 돈이 꾸준히 유입돼야만 버블이 유지돼요.
어떤 이유로든지 자금유입이 줄어들면 거품은 순식간에 꺼집니다."
-집값 하락이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대 위협이 될 것이라는 말씀도 하셨는데요.
"지난 10년 동안 전국 집값은 평균 86% 올랐습니다.
반면 2005년을 정점으로 2년 동안 고작 6.5% 하락하는 데 그쳤어요.
집값 하락이 이제 시작 단계일 뿐 끝이 아니란 얘기죠.물론 조정 기간과 조정폭이 어느 정도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하락폭이 클 경우 미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요.
집값 상승이 사상 최대란 점에서 하락에 따른 부작용도 대공황 이후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구체적으로 미국 집값 하락폭을 어느 정도로 봅니까.
"내년엔 10%가량 떨어질 겁니다.
내년에 하락세가 끝나면 좋지만 좀 더 이어질 것으로 판단됩니다.
구체적으론 3~5년 동안 20~30%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렇다면 경기에 대한 타격도 상당히 클 텐데요.
경기침체가능성은 어느 정도입니까.
"주택경기 침체는 소비 등에 곧바로 타격을 주게 됩니다.
내년의 경우 경기침체 가능성이 50%를 넘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번 주택경기 침체가 예사롭지 않다는 얘기지요."
-주택경기와 경기침체를 막을 순 없는 건가요.
"전망이 단지 그렇다는 것입니다.
침체를 막기 위한 열쇠는 역시 FRB가 갖고 있습니다.
다름아닌 금리인하죠.금리를 언제,어느 수준으로 내리느냐가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겁니다."
-그렇지만 FRB는 원래 '인플레이션 파이터들'의 집단 아닙니까.
8월 고용지표마저 조정된 마당에 금리를 내리려 하겠습니까.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지난 9월 기준금리를 내렸다는 것은 다음에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는 게 옳습니다.
더욱이 FRB는 2003년 기준금리를 연 1%까지 낮춘 경험도 갖고 있습니다.
벤 버냉키 의장은 당시 FRB 이사였죠.버냉키 의장은 '헬리콥터 벤'(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해서 붙여진 별명)이란 별명도 갖고 있지 않습니까."
-글로벌 주택경기는 어떻게 보고 있으신지요.
"주택경기는 세계적으로 호황을 누려왔어요.
물론 시차와 정도의 차이는 있었습니다.
영국 등 유럽 일부 지역은 일찍부터 집값이 오른 상태이고,중국과 인도 등 이머징마켓 국가의 부동산 가격도 많이 올랐죠.한국은 좀 늦게 시작한 경우죠.미국이 가장 심해서 가장 먼저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미국 주택경기가 조정을 거칠 경우 글로벌 주택경기도 영향을 받는 게 불가피합니다."
-아시아 국가의 주택경기는 어떻습니까.
"한국은 주택경기 활황이 좀 늦게 시작해서 적절히 속도를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폭락보다는 점진적인 조정을 거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중국이나 인도는 집값이 많이 올라 거품이 상당히 형성돼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파문에 따른 신용위기 이후 세계 자본 시장은 어떻게 변할 것으로 예상하는지요.
"자금 흐름 측면에서 보면 미국에 들어와 있던 자금이 이머징마켓이나 유럽 등으로 빠져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 경기가 나빠지고 달러화마저 약세를 보이면 안전자산으로서의 미 국채와 자산의 위상이 흔들립니다.
미 국채에 투자한 외국 중앙은행들도 달러화 자산을 서서히 유로화 자산으로 바꾸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성장 가능성이 큰 이머징마켓으로 이동하는 돈도 많아질 겁니다.
글로벌시장 전체적으론 당분간 위험을 회피하려는 경향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파생상품이나 헤지펀드의 투명성 강화를 위한 논의도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경제에 대해선 어떻게 보고 있습니까.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발전 모델입니다.
일부에서 원화 강세에 따른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을 지적하지만 성장동력은 여전히 튼튼하다고 봅니다.
더욱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남북정상회담도 일정한 성과를 거둬 '북한'이라는 최대 변수가 보다 안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로선 당연히 환호할 일이고,투자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개인적인 투자 포트폴리오가 궁금한데요.
"전체의 6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미국 주식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해외 주식입니다.
부동산 비중은 줄여왔고요.
이머징마켓에 투자해서 성과가 좋았습니다.
개인이 이럴진대 돈이 이머징마켓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는 것 아닙니까."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