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정체로 고민해온 홈쇼핑 업체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선발업체들은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후발업체들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 홈쇼핑이 시작된 지 10년을 넘어서면서 동종업체들 간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마트 인터넷쇼핑몰 같은 이종 업태들과의 경쟁도 가열되면서 새로운 돌파구로 해외시장을 택한 것.

홈쇼핑 업체들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 진출을 통해 '제2의 도약'에 나서겠다는 청사진을 속속 구체화하고 있다.


◆중국을 공략하라

홈쇼핑업체들의 새로운 성장판은 바로 해외 사업이다.

2004년 4월1일 동방CJ홈쇼핑이 중국 상하이에 방송을 시작했고 2005년 3월 충칭GS쇼핑이 문을 열면서 '해외 홈쇼핑 시대'가 본격 막을 올렸다.

동방CJ홈쇼핑은 올림푸스 디지털 카메라를 개국 상품으로 처음 판매한 이후 매일 하루 5시간씩 디지털가전,생활용품,화장품,아동용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판매해 왔다.

결과 지난해 하루 평균 1억5000만~2억원(원화 기준)의 매출을 올리는 등 예상보다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350만가구가 시청 중인 동방CJ홈쇼핑은 지난 5월부터 방송 시간을 하루 8시간으로 늘렸다.

동방CJ홈쇼핑은 지난 8월 말 상하이 푸산대 내에 신사옥을 마련했다.

이 신사옥은 5개 층에 3개의 스튜디오와 첨단 콜센터를 갖추고 있으며 라이브방송과 디지털방송을 제작하기 위한 최첨단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연말에는 방송 지역을 인근 장쑤성과 저장성 등으로 확대해 하루 매출을 2억5000만원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동방CJ홈쇼핑은 올해 예상 매출을 전년 대비 53% 증가한 1000억원으로 보고 있다.

가시청 가구가 850만에 이르는 충칭GS쇼핑도 현지인들에게 홈쇼핑 구매 경험을 확대하기 위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올들어 저녁 시간대를 포함한 7시간 방송 체제를 도입하면서 매출 확대에 긍정적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이로써 올해 연간 매출 목표를 100억원으로 잡았다.

누적 소비자 수도 15만명으로 끌어올릴 것을 목표로 세웠다.


◆철저한 현지화 전략 주효

국내 홈쇼핑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조속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이유는 '현지화'에 적극 나섰기 때문이다.

국내와 다른 현지 풍토를 고려한 영업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중국 홈쇼핑 시장은 국내와 여러 모로 다르다.

우선 홈쇼핑의 최대 소비자인 '전업 주부' 개념이 없다.

아직도 사회주의 국가이기 때문에 남녀노소가 직업을 갖고 있다.

이는 낮 시간대 영업이 상대적으로 부진함을 뜻한다.

이 때문에 국내 업체들은 저녁 프라임 시간대를 확보,가족 소비자 발굴에 적극 나섰다.

중국 소비자들의 상품 구매 패턴도 차이가 크다.

충칭GS쇼핑의 락앤락 밀폐용기는 방송 초창기부터 중국인들로부터 큰 관심을 끌었다.

회사로 직접 찾아와 돈을 줄 테니 물건을 내 놓으라고 요청하는 소비자가 잇따랐다.

눈으로 직접 확인하려는 중국인들의 국민성 때문이라는 평가다.

GS홈쇼핑 관계자는 "중국의 홈쇼핑 방송은 지역별로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의 광고 형태인 '인포머셜 홈쇼핑'이 대부분인 데다 각종 편법 및 사기 판매가 기승을 부려 소비자들의 인식이 좋지 않다"며 "제품의 방송뿐 아니라 배송과 정산 과정에서 깔끔한 처리가 중국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기업의 경우 배달 후 정산(COD) 방식을 통해 상품 배달 현장에서 현금으로 결제한다.

이 때문에 중국 시장의 반품률은 10% 정도인 국내와 달리 '제로'에 가깝다.

충분히 고민한 만큼 변심도 적다는 얘기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