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카드로 증여세 부담 던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크(PB) 고객인 최모씨(68)는 작년 초 부인,큰 아들 내외,작은 아들,큰 손자 몫으로 5장의 가족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나눠줬다.
최씨를 포함해 6명이 한 달에 쓰는 카드 결제 비용은 평균 2000만원 선.이 돈은 모두 최씨 통장에서 결제된다.
큰 아들 내외는 가족카드로 자동차도 사고 백화점 쇼핑도 하는 등 생활비를 모두 해결하고 맞벌이로 번 돈은 꼬박꼬박 저축한다.
사실상 매달 1000만원이 넘는 돈을 아들에게 증여하는 셈이지만 증여세는 걱정하지 않는다.
최근 2∼3년 새 가족카드를 활용해 절세하는 방법이 거액 자산가들 사이에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생활비의 경우 비과세 대상으로 증여세를 따로 낼 필요가 없는 데다 부의 이전 효과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10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 삼성 롯데 비씨카드 등 대표적인 5개 카드사(구 LG포함)에서 가족카드를 발급받은 회원은 모두 223만명이다.
이들이 가진 가족카드수는 264만장으로 한 사람당 1장(1.19장)을 넘는다.
가족카드를 2장 발급받은 사람은 22만7000명,3장 4만5000명이며 4장 이상을 가진 사람도 1만500여명에 달한다.
모 은행 PB는 "아버지가 가족카드를 통해 생활비를 대주면 아들은 수입을 다 모을 수 있다"며 "현금을 직접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세법 상 문제삼을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PB는 "2∼3년 전부터 PB 고객,특히 세금에 민감한 큰 부자들 위주로 이 같은 절세 방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드사들은 현재 가족카드 발급에 별다른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
만 18세 이상의 회원 가족(배우자,부모,자녀,형제,자매,사위,며느리 등)이 신청하면 연체자 등이 아닌 한 카드를 내준다.
가족카드는 회원의 기본카드 한도 내에서 써야 하지만 현재 카드당 월 최대 한도가 1억원에 달하는 데다 회원이 원하면 카드사들이 임시로 특별한도를 제공하고 있어 사실상 한도가 없는 실정이다.
국세청은 이를 두고 특별히 문제삼고 있지 않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사회통념상 인정되는 생활비나 치료비,교육비,혼수품,축의금 등에 대해선 증여세를 비과세한다'고 돼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아주 큰 돈이 생활비 명목으로 증여될 경우 과세 여부를 따져볼 수 있겠지만 개개인마다 적정 생활비에 대한 기준이 다른 만큼 과세 당국이 일정한 기준으로 증여세 과세 대상인 생활비를 규정하기는 곤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세무업계 일부에선 증여세의 친족 간 공제를 넘는 범위엔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배우자에 대해선 10년마다 3억원,직계존비속은 10년마다 3000만원까지만 세금을 매기지 않는다.
김현석/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