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있었다는 일이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사망률 통계를 들이대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던 20대들이 고통으로 일그러진 환자의 얼굴을 보여줬더니 겁을 먹더라는 것이다.

젊은층에선 죽는 것보다 외모가 망가진다는 사실을 더 민감하게 받아들였다는 얘기다.

마피아 소재 영화를 보면 땅속에 파묻겠다는데도 말을 안듣던 남자가 상징을 제거하겠다는 위협엔 굴복한다.

극적인 효과를 노린 것일 테지만 사람에 따라 죽음보다 '현재 모습을 잃는 것'을 더 두려워하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잃는 게 성(性) 정체성 관련 부문이면 더욱 그럴지 모른다.

유방은 여성성을 대표한다.

그러니 유방암에 걸려 유방 일부 혹은 전체를 절제한 여성의 고통이 얼마나 클지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실제 유방암으로 수술한 여성은 완치된 뒤에도 상실감에 삶에 대한 자신감을 잃거나 심지어 우울증에 시달린다고도 한다.

공중목욕탕에 가지 못하는 건 물론 부부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 유방암이 갈수록 늘어나 여성암 발병률 1위에 연간 1만여명이 새로 걸린다고 한다.

세계 유방암 증가율은 연 0.5%인데 한국은 10%고 40대 이하도 급증한다는 것이다.

비만 증가,출산 및 모유 수유 기피,초경은 빠르고 폐경은 늦어지는 등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보고다.

'유방암의 달' 10월을 맞아 곳곳에서'핑크 리본 캠페인'이 펼쳐진다.

핑크 리본 캠페인은 1991년 에스티 로더 그룹에서 유방암 예방과 치료를 위해 시작한 뒤 매년 10월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이뤄진다.

핑크 리본은 에스티 로더 그룹에서 실크 손수건 2장을 엮어 만든 '핑크 리본 브라'에서 비롯됐다.

유방암은 빨리 발견하기만 하면 완치율이 90%에 이른다.

주 5회 30분 이상 걷고 야채 섭취를 늘리는 등 생활습관을 바꾸면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다고도 한다.

불청객이지만 잘만 다루면 큰 말썽 없이 돌려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유방은 모성 보호는 물론 여성건강의 상징이다.

여성의 건강은 곧 국력이고.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