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 업 코리아] 조선ㆍ반도체ㆍ가전의 '1등 비결' 을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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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의 후발주자였던 현대전자가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욕심을 내지 않았다면 지금의 하이닉스가 탄생할 수 있었을까.
선발업체의 성공은 언제나 후발업체를 자극한다.
후발주자들은 선발주자들의 성공 사례를 모방하고,더 나은 것으로 진화시켜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우리 기업들이 앞서 '월드 넘버 원' 제품을 키워낸 한국 국적의 글로벌 기업들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TV,조선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들이 그 대상이다.
한국의 조선,반도체,가전 업체들은 어떻게 미국,유럽,일본의 선발 주자들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을까.
첫 번째로 꼽히는 성공 비결은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투자 결단이다.
1990년대 초 세계 조선산업은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업체들은 꾸준히 일본 업체들을 넘어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조선산업이 호황기를 맞아 2000년대에는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일본 기업들은 조선산업이 잠깐 살아나다가 2005년을 전후로 시황이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섰고,일본 업체들은 도크를 축소하고 기업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양국의 엇갈린 선택은 세계 조선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당장 배가 모자랐던 유럽·미국 등지의 선주사와 해운사들은 약속된 기간 안에 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조선사를 찾아다녔고,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이 세계시장을 휩쓸기 시작했다.
결국 1999년 한국은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조선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동양방송 이사였던 1974년 한국반도체 부천공장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친인 이병철 회장이 망설이자 이 회장은 개인 명의로 한국반도체를 사들였다.
10년 뒤인 1983년 이병철 회장은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전격 발표했고,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둘째는 우수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투자.조선산업 초창기에 집중적으로 육성된 우수 인력들은 세계 각국의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를 탄력적으로 수용해 표준 선형제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을 앞선 원동력이 됐다.
최근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은 카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연구원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회사가 사실상 포기했던 휴대폰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당시 최대 강자였던 모토로라의 제품을 구입,뜯었다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했다.
사내 보안을 위해 근무 시간에 제한을 둔 연구실에서 몰래 야근을 하다가 경비원에 의해 산업스파이로 몰리는 일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세 번째 성공 비결은 브랜드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지난해 세계 TV시장을 평정한 삼성전자의 평판TV와 7년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의 에어컨 '휘센'이 대표적인 케이스.삼성전자는 와인 잔을 형상화한 디자인의 '보르도' 브랜드로 TV시장 진출 34년 만에 시장을 석권했고,LG전자는 '회오리바람'을 의미하는 'Whirlwind'와 '전달하는 사람(물체)'이라는 뜻의 'Sender'를 합친 '휘센' 브랜드를 앞세워 에어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후방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산업기반 구축도 한국 기업들의 핵심 성공 전략이었다.
조선산업을 둘러싼 전후방 산업의 밑받침 없이는 한국 조선산업이 이렇게까지 크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 예를 들어 선박용 철판인 후판의 경우 국내 조선업체들은 지난해 무려 460만t을 필요로 했는데 그 가운데 60~70%를 포스코,동국제강 등 국내 업체에서 조달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나란히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LCD패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소재·장비 업체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를 차지할 수 없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
선발업체의 성공은 언제나 후발업체를 자극한다.
후발주자들은 선발주자들의 성공 사례를 모방하고,더 나은 것으로 진화시켜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낸다.
우리 기업들이 앞서 '월드 넘버 원' 제품을 키워낸 한국 국적의 글로벌 기업들을 벤치마킹해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TV,조선 등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산업들이 그 대상이다.
한국의 조선,반도체,가전 업체들은 어떻게 미국,유럽,일본의 선발 주자들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자리를 꿰찰 수 있었을까.
첫 번째로 꼽히는 성공 비결은 확고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한 과감한 투자 결단이다.
1990년대 초 세계 조선산업은 일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업체들은 꾸준히 일본 업체들을 넘어설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당시 국내 기업들은 1990년대 후반부터 조선산업이 호황기를 맞아 2000년대에는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대로 일본 기업들은 조선산업이 잠깐 살아나다가 2005년을 전후로 시황이 꺾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국내 업체들은 공격적인 설비투자에 나섰고,일본 업체들은 도크를 축소하고 기업 통폐합 등 구조조정을 시도했다.
양국의 엇갈린 선택은 세계 조선업계의 판도를 바꿔놓았다.
당장 배가 모자랐던 유럽·미국 등지의 선주사와 해운사들은 약속된 기간 안에 배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조선사를 찾아다녔고,충분한 생산능력을 갖춘 한국이 세계시장을 휩쓸기 시작했다.
결국 1999년 한국은 일본을 추월하고 세계조선 시장 점유율 1위에 등극했다.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동양방송 이사였던 1974년 한국반도체 부천공장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친인 이병철 회장이 망설이자 이 회장은 개인 명의로 한국반도체를 사들였다.
10년 뒤인 1983년 이병철 회장은 도쿄선언을 통해 반도체 사업 진출을 전격 발표했고,2000년대 들어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둘째는 우수 인력 양성과 연구개발(R&D) 투자.조선산업 초창기에 집중적으로 육성된 우수 인력들은 세계 각국의 선주들의 다양한 요구를 탄력적으로 수용해 표준 선형제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을 앞선 원동력이 됐다.
최근 모토로라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은 카폰 하나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연구원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회사가 사실상 포기했던 휴대폰 사업을 일으키기 위해 당시 최대 강자였던 모토로라의 제품을 구입,뜯었다 다시 조립하기를 반복했다.
사내 보안을 위해 근무 시간에 제한을 둔 연구실에서 몰래 야근을 하다가 경비원에 의해 산업스파이로 몰리는 일까지 일어날 정도였다.
세 번째 성공 비결은 브랜드에 대한 과감한 투자다.
지난해 세계 TV시장을 평정한 삼성전자의 평판TV와 7년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LG전자의 에어컨 '휘센'이 대표적인 케이스.삼성전자는 와인 잔을 형상화한 디자인의 '보르도' 브랜드로 TV시장 진출 34년 만에 시장을 석권했고,LG전자는 '회오리바람'을 의미하는 'Whirlwind'와 '전달하는 사람(물체)'이라는 뜻의 'Sender'를 합친 '휘센' 브랜드를 앞세워 에어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전후방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한 산업기반 구축도 한국 기업들의 핵심 성공 전략이었다.
조선산업을 둘러싼 전후방 산업의 밑받침 없이는 한국 조선산업이 이렇게까지 크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 예를 들어 선박용 철판인 후판의 경우 국내 조선업체들은 지난해 무려 460만t을 필요로 했는데 그 가운데 60~70%를 포스코,동국제강 등 국내 업체에서 조달했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나란히 세계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LCD패널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소재·장비 업체가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를 차지할 수 없었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유창재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