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 중 삼성만큼 글로벌 톱 브랜드를 많이 보유한 회사도 없다.

반도체와 휴대폰,LCD TV 등 삼성의 히트상품은 이제 아프리카 오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이런 성공의 밑바탕에는 한국 무대를 넘어 세계를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고 실패하고 좌절해야 했던 역사가 있다.

'기왕 사업을 할 거면 초일류가 돼야 한다'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론에 따른 것이다.

이 같은 이 회장의 뜻에 따라 철저하게 글로벌화(化)를 추진해왔던 게 지금 '글로벌 IT기업'으로 성장한 삼성전자의 저력으로 고스란히 반영됐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삼성 내부에서는 아직도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되려면 모자란다고 평가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화의 고삐를 더욱 바짝 당기고 있다.

◆조금 더 글로벌하게

현재 삼성전자는 회사 전체 매출의 80%가량을 해외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그만큼 글로벌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사업부문별로 보면 디지털TV를 만드는 디지털미디어(DM) 총괄은 이미 해외 생산 비중이 90%를 넘어섰고,생활가전사업부도 해외 매출비중이 70%에 달한다.

이 같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은 올해도 진행 중이다.

원가절감과 해외 시장 직접공략을 위해서는 해외 현지에 진출하는 게 빠르다는 판단에서다.

대표적인 게 이달 중에 준공하는 인도 제2 TV공장이다.

이 회사는 13일 인도 첸나이 현지에서 제2 TV 공장의 준공식을 열고 디지털TV와 컴퓨터 모니터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연산 규모는 150만대로 인도 현지 시장은 물론 인근 스리랑카와 방글라데시 등으로 수출될 예정이다.

베트남에 지을 예정인 휴대폰 공장도 대표적인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전략의 일환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국내 시장에 주요 사업장을 갖추고 있지만,세계 휴대폰 메이커들의 주요 전략인 '중저가 제품 생산'에 대응하기 위해 베트남 휴대폰 공장 건설을 적극 검토 중이다.

◆글로벌 톱 브랜드를 늘려라

현재 삼성그룹 전체적으로 볼 때 세계 1등 제품 수는 21개다.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의 연구개발(R&D) 비용을 투자하고 핵심 기술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기울인 결과다.

또 기술과 인재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추진해온 이건희 회장의 경영철학도 뒷받침됐다.

삼성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앞으로 꾸준한 투자를 통해 2010년까지 월드베스트 제품 수를 50개로 늘린다는 게 삼성의 목표다.

이를 위해 2010년까지 R&D 부문에 47조원을 투입,△대용량 메모리 △차세대 디스플레이 △이동통신 △디지털 TV △차세대 프린터 △시스템LSI(비메모리) △차세대 대용량 스토리지 등을 중점 육성키로 했다.

또 2010년까지 연구인력도 매년 6000명씩 모두 3만명을 신규 채용할 방침이다.

이 같은 투자는 이미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일본 소니와 샤프에 뒤졌던 LCD TV가 올 1분기부터 1위에 등극한 것이다.

'보르도'LCD TV라는 히트상품 덕분이다.

프린터의 상승세도 주목된다.

2002년 경쟁업체에 비해 뒤늦게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어느새 삼성은 흑백 레이저 프린터·복합기,컬러 레이저프린터·복합기 등 4개 부문에서 HP(휴렛팩커드)에 이어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