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저우샤오촨(周小川) 총재가 다음 주 열리는 중국공산당 제17차 전국대표대회(全大·전당대회)에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1일 이번 대회에서 '중국의 그린스펀'으로 불리며 통화정책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온 저우 총재가 퇴진하고 차기 총재로 상푸린(尙福林) 중국 증권감독위원장의 선임이 유력하다고 전했다.

저널은 저우 총재가 경제부총리로 승진할지 아니면 지방의 성장으로 중앙정계를 떠날지는 확실치 않다고 덧붙였다.

승진론의 근거는 그가 지난 5년간 인민은행 총재로 일하면서 중국 환율제도를 개혁하고 중국 경제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렸던 은행의 부실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등 중국 금융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것.

그러나 그가 미국의 압력에 쉽게 굴복해 환율이나 은행의 대외개방에서 너무 급진적인 조치를 취했다는 좌파의 거센 비판은 좌천론의 근거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저우 총재가 어디로 이동하느냐는 결국 이번 전대에서 후진타오 주석과 장쩌민 전 주석 간 권력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될 것이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저우 총재는 올해 59세로 혁명 원로의 자녀들을 일컫는 '태자당(太子黨)'의 일원이다.

그의 부친은 공산혁명에 참여한 저우젠난(周建南) 전 건설부장.저우젠난은 장 전 주석을 정계로 발탁한 사람이다.

저우 총재가 금리인상 여부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중국 중앙은행 총재의 한계' 속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은 장 전 주석의 전폭적인 후원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그가 경제부총리를 맡는다면 장 전 주석의 영향력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좌천된다면 이번 공산당 전대를 계기로 장 전 주석의 그늘에서 벗어나려는 후 주석의 의도가 순조롭게 관철되고 있다는 것을 뜻하게 된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