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태안군 근흥면 대섬 인근 해역에 침몰한 고려시대 청자운반선에서 고려청자 1만9000여점과 함께 출항지 등이 표시된 화물표인 목간(木簡)이 발굴됐다.

1976년 신안 앞바다에서 인양한 신안선에서 중국 목간이 나온 적은 있으나 고려시대 목간이 나온 것은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11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발표회를 갖고 지난 5월 주꾸미를 낚던 어부에 의해 처음 청자접시가 발견된 후 수중발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대섬 해역 청자운반선의 2차발굴 중간 결과를 이같이 밝혔다.

목간은 유물을 인양하던 중 도자기를 포장한 쐐기목과 함께 3종류가 발견됐다.

적외선 촬영으로 판독한 결과 앞면에 '耽津○在京隊正仁守(탐진○재경대정인수)'라고 적힌 목간의 뒷면에는 '○○載船進(○○재선진)'이라고 씌여 있다.

또다른 목간에는 '崔大卿宅上(최대경댁상)'이라고 적혀 있다.

이는 "최씨 성을 가진 '대경(大卿·벼슬이름)'의 집에 올린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목간 분석을 통해 청자의 생산지 뿐만 아니라 운반선의 출항지,거래관계,운송 책임자,선박의 적재단위 등도 밝혀낼 수 있을 것으로 국립해양유물관은 기대했다.

목간에 적힌 '탐진'은 전남 강진의 옛 이름으로 강진산 청자를 싣고 개경으로 향하던 운반선이 대섬 앞바다의 거센 물살에 휩쓸려 침몰했을 것이라는 그간의 추정이 설득력을 더하게 됐다.

인양된 유물 중에는 지금까지 알려진 청자 벼루와는 달리,철분이 함유된 안료로 그림을 그려넣는 철화(鐵畵)와 도자기 몸체에 물감을 두텁게 올려 무늬를 만드는 퇴화(堆花)로 장식한 '청자철화퇴화문두꺼비형벼루'가 처음으로 발굴됐다.

이 청자벼루는 두꺼비의 피부 융기와 눈동자를 철화와 백퇴화로,입과 다리부분은 음각으로 표현했으며 등 부분에 연당(硯堂)과 연지(硯池)를 만든 수작이다.

또 해학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표현한 청자사자형향로를 비롯해 대접과 접시,완,잔,단지,받침대 등 일상생활용 청자도 다량 발굴됐다.

3~4개가 한 조를 이루는 바릿대도 인양돼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상감청자는 발견되지 않아 출토유물들이 상감청자 이전 단계의 것임이 명확해졌다.

청자 제작 시기는 대접 등의 음각선과 하얀 가로 줄무늬선,앵무새가 세로로 배열된 점 등에서 12세기 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으로 추정된다.

청자 이외에 목간,쐐기목,밧줄,철제솥,잡유호 등도 인양돼 당시 선원들의 생활상 등 다양한 연구자료로 활용될 전망이다.

청자운반선은 현재까지 외판의 일부와 목제 닻가지 1편이 인양됐으며 청자의 형태에 따라 최소 4층으로 적재됐음이 확인됐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