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에서 급증하고 있는 기업 간 M&A(인수·합병)의 상당수가 대주주 등 특정 세력의 자본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머니게임 수단 성격이 짙은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증권선물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코스닥시장에서 경영권이 넘어간 상장사는 모두 126개로,이 가운데 85개사(67.5%)가 적자를 내는 부실기업이었다.

특히 이 가운데서 21개사는 관리종목이거나 투자유의종목에 속했다.

또 경영권이 넘어간 126개사 중 32개사는 경영권 인수자가 1년도 안 돼 지분을 다른 곳에 되팔아 차익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기업의 최초 경영권 인수자의 평균 보유 기간은 213일로 7개월 정도에 불과했다.


심지어 일부는 경영권을 인수한 지 한 달도 채 안 돼 차익을 남기고 다른 곳에 되파는 경우도 있었다.

상장기업 에스켐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에스에프인베스트먼트는 지난 2월1일 에스켐 경영권을 인수한 지 27일 만에 매매차익을 챙기고 제3자에게 보유지분과 경영권을 재매각했다.

케이엘테크를 인수한 김현호씨도 경영권 양수도 계약 후 49일이 지나 다시 경영권을 매각했다.

유한NHS를 인수했던 하나모두는 55일 만에 92.59%의 매매차익을 남기고 경영권을 되팔았다.

제이에스(JS)를 인수한 차바의 경우는 경영권을 매입한 후 되파는 과정에서 무려 172.73%의 차익을 남겼고 두림티앤씨를 인수했던 케이디앤비는 경영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77.21%의 차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관계자는 "부실 기업을 인수한 후 불과 몇 달 새 경영을 정상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당초 M&A 목적이 경영 정상화보다는 자본차익을 남기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것으로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이한 것은 정상기업보다 적자기업을 M&A할 때 경영권 프리미엄이 더 높게 붙었다는 점"이라며 "이는 적자기업을 인수할 경우 나중에 되파는 과정에서 주가 차익을 더 많이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M&A가 일어난 코스닥 기업 중 적자기업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평균 84.5%로 흑자기업의 평균 57.4%에 비해 높았다.

특히 투자유의종목의 경영권 프리미엄은 평균 120%에 달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