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화가 전 세계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고 있다며 이례적으로 '세계화'를 비판하고 나섰다.

IMF는 10일(현지시간) 발표한 '국제화와 불평등'이란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진행된 세계화(globalization)가 세계적으로 부(wealth)를 증대시켰지만 빈부격차는 오히려 확대됐다고 밝혔다. 1980년대부터 줄곧 세계화를 지향해야 한다며 세계 각국에 문호를 개방하라고 권고하던 IMF가 세계화의 폐해를 인정하기는 이례적이다.

IMF는 세계화의 3대 요소로 기술발전과 외국자본 투자·무역을 꼽았다. 이 중 무역은 소득격차를 해소하는 데 기여한 반면 기술발전과 외국자본 투자는 빈부격차 확대의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기술발전의 경우 저개발국가의 부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지만 비숙련노동자보다는 숙련노동자를 더 필요로하다보니 결과적으로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게 IMF의 분석이다.

외국자본 투자의 경우에도 주로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산업에 집중되다보니 역시 임금이 높은 숙련노동자에게 더 많은 부를 배분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비해 무역은 저개발국가의 상품판매를 촉진해 빈부격차 해소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IMF의 이 같은 분석은 무역과 투자의 증가가 개발도상국에 더 많은 비숙련노동자를 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 빈부격차가 해소될 것이란 세계화를 옹호하는 기존 경제이론과 다른 것이어서 앞으로 세계화 논쟁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