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맡긴 돈을 채권 등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은행권의 불특정금전신탁이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려주겠다던 은행들의 당초 얘기와 달리 채권 가격 하락으로 수익률이 뚝 떨어진 탓이다.

최근 들어선 저조한 수익률에 실망한 투자자들 중 은행의 불특정금전신탁에서 돈을 빼 주식형 펀드에 넣는 이들이 늘고 있다.


◆연 수익률 정기예금에도 못미쳐

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19조1000억원이었던 은행권의 불특정금전신탁액은 9개월 만에 1조3000억원가량 줄었다.

대표적 불특정금전신탁 상품인 연금신탁의 수탁액은 6월부터 줄곧 2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연간 300만원까지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금신탁은 한 번 가입하면 통상 매달 일정액을 불입하기 때문에 전체 액수가 일정 속도로 증가하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최근 3개월 동안 수탁액이 정체된 점으로 볼 때 신규 가입자보다 해지 고객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 같은 현상이 빚어진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올 들어 금리가 오르면서 불특정금전신탁에 편입된 채권가격이 곤두박질친 것이다.

그 결과 올 들어 9개월간의 신탁 수익률이 3% 초중반에 그치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 라면 올해 연 수익률이 5%에도 미치지 못할 전망이다.

특히 15.4%의 이자소득세(주민세 포함)를 떼고 나면 실수익률은 4%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금리 상승으로 연 이자가 6% 가까이 올라간 은행 정기예금만도 못한 셈이다.


◆큰 손해 없이 펀드로 갈아탈 수도

낮은 수익률이 불만인 불특정금전신탁 가입자들은 다른 주식형 펀드로 갈아타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

특히 연금신탁 가입자라면 큰 손해 없이 주식형 펀드로 바꿔탈 수 있다.

'계약이전'이라는 제도를 이용하면 은행의 연금신탁에 맡긴 돈을 고스란히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연금펀드로 옮길 수 있다.

연금상품의 소득공제와 5.5%의 저율과세 혜택도 그대로 받는다.

단 연금신탁에 가입한 지 3년 미만인 사람들은 원리금의 일정 부분(1~3%)을 중도해지 수수료로 내야 한다.

하지만 증권사 연금펀드는 은행 연금신탁과 달리 원금보장이 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이 밖에 연금신탁을 제외한 다른 불특정금전신탁 상품 고객 중 가입한 지 3년이 지난 사람들은 중도수수료 없이 불특정금전신탁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 정기예금 금리가 크게 올라 불특정금전신탁 수익률이 예금 금리 아래로 떨어진 것이지 장기적으로는 예금 금리보다 불특정금전신탁 상품 수익률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

[ 용어풀이 ]

○불특정금전신탁=고객이 지정한 상품에 투자해 수익을 돌려주는 특정금전신탁과 달리 상품을 고객이 특정하지 않고 은행이 선택해 투자 수익을 돌려주는 상품이다.

연금신탁과 가계금전신탁 등은 개인을 상대로 한 불특정금전신탁 상품이며 퇴직신탁과 기업금전신탁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상품이다.

이 중 현재 신규로 가입할 수 있는 상품은 연금신탁밖에 없으며 나머지 상품은 없어졌거나 기존 가입자들의 추가 불입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