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서울대병원이라도 앉아서 환자를 기다리는 시절은 가고 있습니다.

시설과 서비스가 더 좋은 병원에 환자를 빼앗기면 생존조차 힘들어집니다."

파업 이틀째를 맞은 11일 서울대병원의 박노현 기획조정실장은 "노동조합이 현실에 대한 위기의식 없이 평생 고용보장만 주장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라이벌인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강남성모병원이 한창 병원을 증축하고 있습니다.

우수한 인력 덕분에 유지해온 서울대병원의 명성이 이대로 가면 사라질 수 있는데…"라고 걱정했다.

그래서 서울대병원은 지난 6월부터 E컨설팅 회사로부터 다면평가 도입을 위한 경영진단을 받았다.

병원 측은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직원 개인의 업무역량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 평가가 전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노조는 지난 10일 임단협 테이블을 박차고 나가 파업에 돌입했다.

간호사와 관리직 등으로 구성된 노조원들은 연봉제 팀제 성과급제 임금피크제 등을 도입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단협조항에 못박자고 요구하고 있다.

의사 등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도입을 추진 중인 평가시스템이 시행되면 언젠가는 연봉제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하지만 병원 측은 "경영권에 관한 것은 노사합의 사항이 될 수 없다"며 두고두고 족쇄가 될 문구화는 더 이상 안 된다고 맞서고 있다.

살벌한 병원 경쟁시대에 서울대병원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특수법인인 서울대병원은 예전에는 정부로부터 많은 예산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5896억원의 예산 중 76억원(1.3%)만을 지원받을 정도로 자력갱생해야 하는 건 사실상 사립대병원과 다를 바 없다.

서울대병원은 올해 직원 임금을 4% 안팎에서 올려줄 계획이다.

낮은 의료수가에도 불구하고 매년 꾸준히 임금을 인상하고 있다.

더욱이 노조의 요구가 관철되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2년 이상 비정규직의 경우 임금이 무려 40%나 단번에 뛴다.

이런 경영압박 요인을 합리적으로 해결해보려는 병원 측의 경영혁신 노력에 대해 노조는 '의료 공공성을 훼손하는 돈벌이'라고 비난하기에 앞서 환자를 한 명이라도 더 끌어올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는지 묻고 싶다.

정종호 과학벤처중기부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