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수술이 그토록 매력을 갖게 된 이유를 '통과욕구'로 설명하는 사람은 미국 일리노이 의대의 샌더 L.길먼 교수다.

그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집단에서 보다 젊고,건강하고,날씬하고,에로틱한 모습으로 통과하고픈 심정이 성형수술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런 까닭에서인가.

외모가 개인의 능력 이상으로 인식되는 착각에 빠져들면서 밖에 드러나는 신체의 모든 부분을 고치려 든다.

소위 외모 콤플렉스다.

이 같은 현상이 심화되면 성형중독에 걸려 멀쩡한 외모도 고치는가 하면,사소한 결함에도 과민반응을 보여 수술을 반복하게 된다.

일종의 정신질환인 셈이다.

선진국에서는 성형수술을 받기 전 반드시 정신과 상담을 받도록 한다.

왜 성형을 하려 하는지,성형중독은 아닌지 등을 검사하고,수술 후 나타날 수 있는 심리적인 부작용을 조언한다.

외모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미리 방지하려는 것이다.

한발 더 나아가 뉴질랜드 의사협회는 최근 '성형숙려제'라고 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

법원이 성급한 이혼을 막기 위해 '이혼숙려제'를 두는 것처럼,성형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일주일간을 더 신중히 생각토록 하는 것이다.

성형이 진정으로 좋은 것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만큼,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문가들의 상담을 받아보라는 얘기다.

마구잡이 수술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강한 것 같다.

우리의 경우는 외국언론들이 비아냥거릴 정도로 성형열풍이 거세다.

외모지상주의가 확산되는 데다 소득수준이 높아졌기 때문인데,심지어는 '성년의 날'기념선물로 코 높이기 수술이 유행을 타고 있기도 하다.

'단순히 누군가와 닮고 싶다'는 청소년들의 '맞춤 얼굴'이 자칫 자기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성형수술은 두말할 나위없이 신체의 약점을 보완해 자신감을 회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를 잘못 과신한 나머지,자신만의 개성있는 모습까지도 애써 바꾸려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까울 뿐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