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 움직임을 경고하고 나섰다.

KDI는 11일 발표한 '2007 하반기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예산안의 총지출 연간 증가율(7.9%)은 200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해 작성된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서 잡았던 증가율(6.4%)을 상당폭 상향 조정한 것"이라며 이같이 주문했다.

KDI는 특히 세수가 예상보다 늘더라도 재정 지출의 확대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세금이 잘 걷힌다고 지출부터 늘려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최근의 경기 확장세를 고려할 때 당분간 재정 측면에서의 경기 대응이 필요하지 않은 데다 앞으로 재정이 투입돼야 할 곳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연구원은 무엇보다 저출산·고령화사회 대비,성장동력 확충 등에 필요한 재정 소요가 빠른 속도로 늘고,BTO(수익형 민자사업) BTL(임대형 민자사업) 등 민간투자사업 확대에 따른 재정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따라서 추가적인 재정 지출을 억제하고 올해와 같은 세원 확보 노력을 지속함으로써 재정수지 개선을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KDI가 지적한 대로 앞으로 나랏돈 들어갈 일은 점점 더 늘어날 전망이다.

참여정부 들어 복지 예산 지출이 크게 늘면서 이미 연기금 등을 제외한 관리 대상 수지는 2002년 5조1000억원 흑자에서 2003년 적자로 돌아선 이후 적자폭이 계속 커지는 추세다.

2006년에는 적자폭이 10조8000억원으로까지 확대됐다.

여기에 정부가 최소 운영 수입을 보장해주는 민간투자사업이 확대되면서 장기적으로 떠안아야 할 재정 부담도 만만치 않다.

KDI는 이 역시 재정 운용에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로 지적했다.

'2007~2011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협약이 완료됐거나 현재 추진·계획 중인 민자사업을 모두 합치면 정부는 2025년까지 매년 4조~6조원의 돈을 사업자에게 대줘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KDI는 이를 줄이기 위해 정부의 재정 부담상한선을 명확히 법규로 정할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가 부동산 시장에 정책적으로 개입하기보다는 시장에 맡겨두는 편이 나을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시장을 관리하려고 재정을 동원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는 지난달 건설경기 침체를 우려해 나랏돈으로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을 염두에 둔 지적으로 해석된다.

조동철 KDI 선임연구원은 "이처럼 늘어날 중장기 재정 소요를 맞추려면 당분간 정부가 세입 및 세출 양 측면에서 모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라며 "세입 측면에선 비과세 감면과 소득·세액공제 축소를,세출 측면에서는 시장원리 도입을 통해 공공 서비스 체계를 효율화하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