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고용 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토론회가 비정규직들의 회의장 점거 농성으로 무산됐다.

노사정위원회는 비정규직법 시행 100일을 맞아 11일 오후 서울 중구 서소문동 올리브타워 20층 회의실에서 비정규직법의 개선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비정규직법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회의에는 노동계 재계 학계 정부 관계자 등 500여명이 참석,성황을 이뤘다.

노사정위원회에 가입하지 않고 있는 민주노총까지 참여한 탓에 그 어느 때보다 열기가 뜨거웠다.

그러나 토론회는 시작부터 파행으로 얼룩졌다.

김성중 노사정위원장과 백헌기 한국노총 사무총장,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김영배 한국경총 위원장 등 노사 대표의 인사말이 끝난 뒤 이상수 노동부 장관이 격려사를 이어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이랜드와 코스콤,기륭전자 등 비정규직 갈등을 겪고 있는 사업장의 비정규직연대회원 30여명이 이 장관을 에워싸는 바람에 결국 행사가 무산되고 말았다.

이들은 이 장관을 에워싸고 "현대판 노예제도 비정규직법을 박살내자","비정규직법 즉각 철폐하라"는 등의 구호를 외쳐댔다.

이 장관은 잠시 말을 멈춘 뒤 다시 격려사를 이어가려 했으나 비정규직들의 목소리에 묻혀버렸다.

결국 이 장관은 "여러분의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여러분의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며 약간 높은 톤으로 당부한 뒤 인사말을 끝냈다.

그러나 이 장관의 호통성 당부에 흥분한 비정규직들이 자리로 돌아가려는 이 장관을 막아서면서 사태는 커졌다.

이 장관을 보호하려는 진행요원들과 항의하는 비정규직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토론회 참석자와 비정규직들 사이에 욕설과 막말이 오가는 등 토론회장은 순식간에 난장판으로 변했다.

결국 경찰까지 출동했으나 비정규직 연대회원들이 몸으로 저항하면서 이 장관은 토론회 단상 뒤편 좁은 공간에 한 시간가량 갇혔다 풀려나는 곤욕을 치러야 했다.

토론회장이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연좌농성장으로 변하면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날 토론회는 제대로 열어보지도 못한 채 무산됐다.

경찰은 이날 농성에 참가한 30여명의 비정규직들을 업무방해와 불법감금 혐의 등으로 연행했다.

이날 한 참석자는 "사정이 딱하기는 하지만 비정규직법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모색해 보자는 자리마저 깽판을 놔서야 어떤 해결책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